여행책은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장바구니에 펭귄이 들어와 버렸다. 어쩌다가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울쩍하니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 떠나고 싶은데 떠날수는 없고 그렇다면 펭귄이 나에게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했다. 사람이 많을때는 펭귄이 구경 대상이 되어 버리지만 그 반대가 되면 사람이 그런 대상이 되버린다. 펭귄은 인간 보기를 돌처럼 본다. 사람만이 펭귄에게 악수를 해보고 귀엽다고 스냅사진이라도 한장 찍고 싶은 거다. 펭귄은 귀찮다는데.

 

실은 그런 것입니다. 누구나 먼 곳을 바라보고 싶은 것입니다. (23쪽) 그렇게 먼 곳을 바라보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멀쩡하게 살아가고 싶은 거니까. 그냥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뿐이였다. 이럴때 필요한 것은 '점퍼'라는 영화에서 공간을 옮겨 다닐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일 뿐이다. 그럴수 있다면 좋기도 하겠지만 이미 어딘가로 끌려 갔을지도 모른다. 점점 현실과 멀어질 뿐, 현실과 멀어지는게 아니라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고 싶을 뿐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시커먼 펭귄들. 어쩌면 우리도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조금만 더 더 멀리 떨어져서 보면 펭귄인지 사람인지 뭔지, 알 수 없게 되버린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배운 방법대로 당신 앞에서 한 마리 펭귄처럼

누구에게도 유혹받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자카드 펭귄이 되어 당신만 사랑하겠습니다.

진심. (120쪽)

읽으면서 Realy??를 외쳐본다. 뭐 은어로 레알이라고도 한다고 그러더라니만.

살짝 살짝 유혹받으면서 적당히 뿌리치고 제자리에 돌아와 있으면 괜찮을텐데.

 

자연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풀밭위를 데굴데굴 구르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저 찍히는 것이 좋고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하고 새벽녁에 풀잎에 맺힌 이슬만 봐도 입가에 웃음기가 머금어진다. (글로 써놓고 보니 전혀 그런것 같지 않은디)새벽잠이 많아서 이슬을 못본지가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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