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작업실 줄라이홀. 이 책을 읽어 보면 커피와 음악이야기가 가득하다.  향긋한 커피도 좋고 클래식도 좋았다. 벽을 빽빽히 둘러싸고 있는 스피커들과 엘피판들이 그를 엄호하고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안에서 평온함도 느껴졌고, 저자만의 우주가 그 공간에 있음을 느낀다. 처음부터 끝까지 허벌나게 유식함으로 포장되어 있었던 그의 이야기가 내게는 신선했다. 줄라이홀을 방문해준 손님들이 그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며 "정말 맛있네요." 라는 말을 듣고서는 내심 기뻐서 하늘을 펄쩍 날아오를 것 같은 소년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매번 다를것도 없는 식상한 일상을 시작하며 우리는 분주하게 살아왔다. 어느순간 세월이 스치고 지나간 가슴의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듯, 그동안의 세월이 무심하게만 느껴질때, 그럴때 나만의 작업실이 있다면 크나큰 위안이 될것이다. 지금 서있는 자리가 더이상 우리가 서있을 곳이지 않다면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줄라이홀에 홀로 있어도 때론 그는 혼자가 아니였다. 혼자 있을땐 외로움에 사무쳐 늦은밤 전화기를 돌리다가도 막상 그의 지인들이 찾아올때면 왠지 혼자있고 싶어지는 반대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커피에서 묻어나는 향기는 그의 삶속에 진하게 흔적을 남긴다. 작업실에서 분주하게 커피를 내리고, 좋아하는 생두를 사서 직접 볶아서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커피를 선물한다. 커피향이 줄라이홀을 감싸고 거기에 클래식은 이 공간을 전율하게 만든다. 음악을 사랑해서 미칠수밖에 없는 그의 음악이야기는 읽는 사람에게도 사랑병을 옮겨준다. 아는 음악가 보다도 모르는 음악가와 음악들이 책속에 두둥실 떠다닌다. 그의 음악에 어린 애정이 글속에 담겨 있어서 그런지 알지도 못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게 신기했다.  글을 읽는 독자들을 클래식의 향연속으로 들어와 보라고 자꾸만 유혹하는것 같았다. 
결혼 지참금을 그토록 원하던 스피커값으로 지불했다는 글속에서 지독하게도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그의 곁을 지켜주는 이는 아마도 음악을 질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고 줄라이홀을 찾는 지인들과의 밤샘 수다로 힘겹기보다는 즐거워보였다. 자신을 위한 공간이였던 줄라이홀은 많은 이들에게 열려있고 그것이 귀찮을때도 불편할때도 있겠지만, 기꺼이 그 모든것을 사랑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보였다. 때로는 수다에 굶주린 사람처럼, 오는 사람을 붙잡고 떠들기도 하고, 향긋한 커피를 만들어 주고, 사랑스러운 음악을 들려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마냥 행복한것만은 아니였다. 거기에는 지독한 불안함과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운 감정도 내재되어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큰만큼 고통도 큰 법이다. 

좋아하니까, 그럴수밖에 없다. 시작하지 않는 것 역시 불안하다. 인간은 외로워 하기 위해서 태어난것은 아닐까?  외롭지 않고 불안정한 상태가 아니라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사랑하거나 무언가에 미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음악에 대한 사랑이 강한 자석에 철심이 끌려가듯이 당연한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러움의 미학, 어쩔수 없는 끌림, 그러기에 우리에게 더욱 음악을 향한 욕구를 심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