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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yieh2000/10175243206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 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었다. 빵을 위해서 산다고 하면 오로지 먹는것만 바라는 바보로 보여 그런 대답은 차마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무엇을 위해 살든지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먹기 위해서 산다면 사람은 짐승과 다를바가 없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럴때 욕나온다.

이세상에 태어나서 우린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종종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스스로에게도 던져본다. <진저맨>을 읽으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한번 실수로 쓰러졌다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바보처럼 그것에 연연해 하지는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진저맨의 주인공인 시배스천 데인저필드는 집안 학벌 거기에 외모까지,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인다. 그가 상스런말을 하지 않는한, 우아한척만 한다면 멋들어져 보이는 킹카로만 보일것이다. 그는 그런 허울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서슴치 않고 욕을 하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그런 자유분방해 보이는 모습이 그의 매력이기도 할 것이다. 남들의 시선때문에 참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많을테니까. 처음부터 그는 '난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챙겨 들어.' 라고 말하고 있는듯 하다. 그 역시 타인이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갈길은 알아서 가면 되는 거니까. 이해해주고 싶지도 않다. 그냥 시배스천 데인저필드는 시배스천 데인저필드이기 때문이다. 그외에 여러가지 불순물들이야 알아서 할 바로 보인다.

오키프라는 친구와의 대화는 서로가 삐딱하다. 친하면서 서로를 한심해 하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주고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심장에 비수를 꽂는 말은 무심코라도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두사람은 장난스럽고 천연덕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만큼 신뢰가 쌓인 사이인가 보다. 두 사람의 대화속에서 펼쳐지는 세상에는 식탁위에 술이 있고 그옆자리에 아리따운 여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이없는 유머가 있다. 그 시절에는 27살이면 늦깍이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게는 너무 빠른 결혼이였다. 여전히 17살로밖에 보이지 않는 시배스천의 행동은 억압따위는 받지 않는다. 아버지와의 사이는 좋지 않아 보였다. 결혼생활은 엉망징창이였다. 그가 생각한 결혼 역시 그런게 아니였을 것 같다. 안락한 생활,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유로울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아이의 우유값을 챙겨서 술을 마시러 가거나 산책을 하면서 여자를 모색하러 다닌다. 그가 하는 행동은 어이없고 상식밖이기도 하지만 화성에서 온 것 같진 않다.

시배스천의 가족만 아니라면 그는 충분히 재미있고 유쾌할 것 같다. 항상 그게 문제다. 남의 일이라면 괜찮을 꺼라고 생각하는 것. 여자를 만나면서도 부인에 대한 죄책감이라든지, 아이는 의식하지 않는다. 아이가 생긴것은 하늘의 저주라고 생각한다. 시배스천의 생각은 색다르다. 어이없게 웃긴다. 시배스천은 어딘가에 정착을 하지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도망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외설적인 부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매력을 충분히 가졌다. 그때 당시에는 매우 충격적이였을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그런 부분이 반복되는게 살짝 지겨울 따름이다. 아마도 제일 지겹게 느낀것은 시배스천의 무책임하고 엉망인 생활이였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더 엉망일지도 모르겠다. 시배스천은 있는 그대로의 모든것을 쏟아 놓았다. 뻔뻔스럽고 성실적으로 말이다. 보통의 사람은 그럴 수 없다. 그게 남들이 알아봤자 별것이 아닐지 모르는 일일지라도, 혹은 시배스천처럼 매우 추접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시배스천은 솔직하다고 해야할까. 솔직함이 모든것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일 수 있는 시배스천이기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시배스천은 보험회사를 인수하거나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아서 편하게 살고 싶어한다. 돈을 좋아하면서도 때로는 부자들의 허울을 보고는 역겨워하기도 한다. 그런면에서는 살짝 놀랐다. 그냥 술이고 돈이고 여자면 좋아할 것 같았는데 말이다. 시배스천이 살았던 그때의 시대적 상황은 매우 우울하다. 전쟁이 끝난 직후라서 웬만하면 웃을일이 없을 것 같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사람들은 매우 지쳐보인다. 그렇지만 시배스천은 절대 지치지 않을 것 같다. 불안함과 공포란 단어는 시배스천 사전에는 없을 것 같지만 그런 감정들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다. 마구 질주하면서도 그가 느끼는 공포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무서운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것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회피하는지도 모른다.

내달리면서 혹시나 시배스천이 자살을 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배스천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작가정신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