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에서 '밤과 낮 사이'라는 단편이 들어 있지만 책 제목이 <밤과 낮 사이>라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1권에서는 그녀의 다리가, 2권에서는 그녀의 상반신이 표지에 담겨 있는데 글씨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섬짓하게 느껴졌다. 한쪽 눈은 글씨체에 가려서 흰자만 보였다.   첫번째 이야기 '완벽한 신사'에서 부터 흡입력있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제목만큼이나 완벽한 신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약삭빠른 갈색 여우'편에서는 차마 할 짓이 없어서 수감자의 물건을 훔친 간땡이 부은 작가가 나온다. 교도소에 글쓰기 강의를 하러 갔다가 수감자의 소설을 훔쳐오고야 말았다. 나라면 심장이 벌렁 거려서 그런짓은 못하겠는데 이 작가 잘도 그런짓을 하고야 말았다. 원래야 잘나가는 작가 선생이였지만 누구에게나 오는 권태기가 오고야 말았다. 이제는 글을 잘 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였다. 어쨌든 잘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큰 한방이 남겨져 있었다. "어쩔라고 그랬어."   돼지 파티에서는 그가 말했던대로 그녀와 잘 어울리는 파티였다. 지금의 그녀는 그런것과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녀는 잠식당해 있다. 추악하고 더 추악해질수도 없는 내면의 모습에 말이다. '장밋빛 인생'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울컥 했다.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을 죽일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힘없고 나약하지만 자신보다 더없이 희망조차 보이지 않아서, 어쩌면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고 하기엔 참혹하게 되어 버렸다.   순간 <낮과 밤 사이>인 줄 알았다. 처음부터 가속도가 붙을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는 단편은 아쉬워서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어떤 단편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기가 그토록 힘들어 질때도 있었다. 피부와 뼈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는 '멍'해져 버렸다. 이야기보다 내용이 더 길어져 버려서 중간에 어딘가로 '붕'떠버린 듯한 아쉬움이 들었다. 어떤 단편은 읽고 난 다음에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시 읽어봐야 할 것도 있었다. 단편의 추리소설에서는 트릭이나 범인잡기에 주력하기보다는 직구에 강하다. 직접적으로 찔러 넣고 말해주고 마지막에 한방으로 귓전에 속삭임으로 들려준다. 작가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끌어주는 이야기는 매력있다.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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