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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와 그를 사랑한 사람들>

선생님들과 부모님께서 좋은 책이라고 권해주신 책을 인내하면서 읽고, 읽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어버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문장이 너무 어려워서 읽지 못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는 영 흥미 없는 내용만 이어져서 지루한 나머지 멀미가 날 것 같아 포기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후로 읽어야한다는 도서목록에는 왜 그리 어렵고 재미 없는 책들이 많은지...나의 독서력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그런데 창작과 비평사에서 청소년 문고가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기대하지 않았다. 이전의 추천도서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 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나의 독서에도 샘물이 있다는 기쁨을 얻었다.

<완득이>는 오랜만에 읽은 만화 같은 소설이었다. 하느님에게 누군가를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흥미로웠다.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수준 있는 책을 읽어야한다고 하고, 논술의 제시문이 어려워서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 어려운 글을 읽어서 독해력을 키워야한다지만 난 아직 이런 만화 같은 이야기가 좋다. 그렇다고 내용 자체가 유치하고 끝이 뻔한 이야기는 아니다.

정신지체 삼촌과 난쟁이 아버지, 아버지의 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키 작은 사람의 행위를 신기함과 동정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어서 자식을 두고 떠난 베트남 엄마의 가족 구성원이 우리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편견과 차별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과 성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장애인 고용 촉진법, 곳곳에 설치되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 등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까지 보완되어야할 부분이 많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앞으로 신체의 장애는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또 하나 우리의식의 뿌리 속에 있는 백의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의식은 현대의 우리들의 자화상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하나 되게 하는 중심이 있어야하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하다. 자칫 모래알이 되기 쉬운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를 직시해보자.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해서 국내 외국인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귀화해서 낳은 2세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시작했을 만큼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맞지 않게 왜곡되어 있다. 더구나 약소국에 대한 의식은 매우 배타적이다. 완득이 엄마를 베트남인으로 설정한 것은 우리에게 민족의식을 초월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인류애가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의시기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오빠는 재수를 하고 있고 나 또한 모의고사를 비롯해서 성적에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완득이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킥복싱을 하는 것과 우등생 준호가 비겁하게 학교를 떠나는 것에서 우리의 우울한 현실을 시원하게 꼬집어주었다. 한결같이 진로를 공부에서만 찾으려는 우리들의 교실과 가정과 사회. 공부보다 인성교육이 우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루기 위한 과정이 학교생활이었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학교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윤하가 완득이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도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하 엄마의 전형적인 반응이 식상하긴 했지만 그것이 현실이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땡땡이에 폭력을 저지르고, 자신에게 거침없는 말들로 창피를 주고 귀찮도록 관심을 보이는 담임선생님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는 완득이는 얼핏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억에도 없는 어머니의 낡은 구두를 보고 새 구두를 사 드리고 남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렵사리 일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집안 일을 척척 해내는 완득이는 내 또래라고 하기엔 생각이 깊고 의젓했다.

감동을 주는 등장인물 중 ‘똥주’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다. 책의 시작부터 선생님 험담이어서 처음엔 나도 완득이와 한편이 되어 선생님을 손가락질 했다.하지만 완득이에 대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다. 완득이를 엄마와 만날 수 있도록 해준 것, 불합리하게 핍박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배반한 것. 완득이 아버지와 삼촌을 떠돌이 상인으로부터 춤 교실 선생님으로 일으켜준 것. 모두 선생님의 의지에서 비롯 된 것이어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

완득이는 불우한 환경 때문에 세상과 벽을 쌓고 있어서 다가가기 힘들지만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 애쓰면 한 없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똥주 선생님의 여과 없이 내뱉는 말들과 완득이의 직설적인 말들이 책을 읽는데 리듬감을 실어주어 더욱 재미있게 공감하면서 내 주변의 실화처럼 생생하게 느끼며 읽은 책이었다.

풍문여자고등학교 1학년 8반 김인우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