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땐가 아버지께서 고등학교를 대비해 중고등학생이 읽어야 하는 한국 고전과 근현대 소설이 망라되어 있는 책 6권을 사다주신 기억이 있다. 중학교 1,2학년 때 까지는 책이라면 정말 사죽을 못쓰고 읽던 나인데 왠지 우리의 소설을 끌리지 않아서 일까 미루고 미루다 결국 고등학교 때 읽게 되었는데 시험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지 소설을 소설로 읽기 보다는 수험서로 읽었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더더욱 재미도 없었고 행간의 뜻과 저자의 의도를 외우기에 급급했었던 거 같다.

 

그랬던 우리의 소설을 다시 보게 된 것은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던 TV문학관을 통해서였다. 확실히 재미없다 생각했던 우리의 근대 소설이었지만 영상으로 보는 느낌은 달랐다. 극에 빠져들었고 원작인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 읽기 시작한거 같다. 영원한 한국인의 고전소설들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황순원의 소나기, 심훈의 상록수, 전영택의 화수분,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등 이름만 들어도 아~ 하는 한국의 대표소설들을 읽게 된다. 학생이 아닌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고 어려움을 알고 삶에 대해 깊숙히 생각하는 시간들이 길어진 만큼 소설속에 담긴 순수한 사랑도, 살아가는 애환도, 시대의 아픔도 조금이나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접근하게 된 듯 하다.

 

학생들에게 우리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의 학창시절과 별반 다름없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시험을 위해 읽어야 하는, 필독도서라니까 숙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면 재미없다고 이야기를 해 주어도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차피 수능, 논술, 평가고사를 대비한 필독서로서 읽어야 한다면 차라리 제대로 해석이 되고 읽으면서도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책 『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대표소설 37』은 괜찮은 거 같다.

 

사실 나 자신도 우리의 근·현대소설을 읽으며 글자만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시대적 배경을 알수 없으니 소설속에 동화되지 못하고 민초들의 삶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어려움을 겪고 자란 세대가 아니니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감당하셔야 했던 시절의 고통이 다가오지 못했고 등장인물이나 소재의 상징적인 면에 대해서는 더더욱 둔감했던 거 같다. 이 책은 소설의 전문을 싣고 작가와 작품세계 , 주요 등장인물, 구성과 줄거리, 그리고 국어시험등에 잘 나오는 갈래, 배경, 시점 주제, 출전등 다룬 작품정리를 깔끔하게 해 주었다. 더구나 함께 읽을 작품이나 생각해 볼 문제등을 제시함으로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더구나 유사한 작품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나누어 두거나 어려운 어휘나 개념들에 대한 주석은 충분히 학생들을 배려하는 일이었다.

 

와우.. 지금 보니 정말 중요한 작품들이 중학교 교과서에 많이 실려있는 듯 하다. 우리의 중학생들의 학력이나 이해력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학생들이 보게 되는 중요시험에 연계성이 높은 작품들을 엄선하고 비중있게 다룸으로서 한국 소설속에 담긴 민초들의 생활도 엿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1석 2조의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