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외수의 글을 말장난이라고 했다. 말장난... 그럼 어떠랴. 난 이외수의 책을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의 느낌은 통했다. 신간 <아불류시불류>를 읽고 난 지금 나의 기분은 <하악하악>과 <외뿔>을 읽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가 매번 다른 책을 통해 같은 느낌을 주기는 쉽지 않은 터, 그의 솔직한 이야기속에 빠져들고 보니 내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준듯해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것이 이외수 글의 매력인듯 하다.

 

당신도 가끔 가족들 몰래 화장실에 들어가 벽에 이마를 기대고 소리없이 흐느껴보신 적이 있나요?p27

 

어릴땐 무서운 것이 없었다. 세상도 만만했고 어른들의 경험이나 관록따위는 무시했다. 나 혼자만 잘난 줄 알았고 좀 더 배우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인 내 자신이 더 똑똑해 보였다. 그랬던 내가 이제 나이를 먹어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못먹고 살던 시절 자식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던 부모님이였는데 어리석게도 언제나 내 옆에 계실 줄 알았다는 사실이 한심스럽다. 그래서 가끔 가족들 몰래 운다. 아빠가 보고파서 ... 바보

 

그냥 툭툭 던지는 말 같지만 짧은 문장에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는 거 같다. 낄낄거리며 웃기도 하고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도 한다. 책갈피에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향기처럼 한줄 한줄에 인간사의 냄새가 담겨 있어 꿈을 꾸게도 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터지기도 하며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에 빠져들게도 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온 긴 인생을 글로 표현하는 솜씨 또한 일품이기에 한순간에 읽어버리게 만든 <아불류시불류>안에는 자계서에서 볼수 있었던 익숙한 주절주절 나열된 인생살이의 방향이 한방에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때론 절대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에이 이건 아니지 하는 마음으로 넘기기도 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로 그 깊은 뜻을 놓쳐서는 안된다. 참으로 감성적인듯 하나 메마른 어조를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자조섞인 듯한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기적인 사회풍조를 비판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비애, 인생의 선배로서의 충고나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는 일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양한 표현으로 세상에 던진다. 어떤 스토리가 있는 책이 아니기에 그닥 남는 내용이 없다 할지라도  나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단 몇 줄의 글은 내가 앞으로 행동하는데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게 명언이다.

 

아뿔사, 잠깐 잠들었다 깨어보니 어느새 60년. p237

 

내게도 이렇게 잠깐 하는 순간에 지나쳐 버린 시간들이 이전에도 있었고 아마 이후에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이 옳으냐고는 답할 수 없지만 진정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 나는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나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성공의 걸림돌이 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 버리는 습성이라는 것과 치열하게 사는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이지 쪽팔리는 모습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