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다. 전작은 아니더라도 요즘 작품을 많이 읽은 김탁환작가와 과학자이면서도 늘 쉽게 과학을 독자들에게 풀어 설명해주는 작가 정재승의 만남이라고 해서 말이다. 물론 과학이 소설이나 영화에 접목된 예는 많다.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사이버적이고 기계틱하며 판타지적인 시공간을 창출하곤했기에 많은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즐길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도 이미 신문에 연재되었다 한다. 하지만 접해 보지 못한 것이기에 "눈먼시계공" 제목마저도 호기심이는 이 책을 놓칠수는 없었다.

 

2049년 서울이 무대다. 사람들은 다치거나 아픈 몸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천연인간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 내기 시작한다. 기계나 로봇은 발전을 거듭해 이제 생활속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고 이로 인한 폐단 또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느날 서울 뒷골목에서 뇌가 사라진 시체들이 발견된다. 과학의 발전으로 단기기억을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살인사건들을 해결해 왔던 은석범팀장을 비롯한 스티머스수사팀을 겨냥한 것일까?

 

인간들이 하던 데스파이터경기, 둘중 두군가는 하나 죽어야만 경기가 끝나던 게임을 이젠 로봇들이 대신한다. 최볼테르가 이끄는 글라슈트팀은 무술 ㅉ를 응용한 격투기로 막강전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그 명성은 미미하다.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글라슈트팀에 위협이 가해진다. 더구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분노를 발산하는 최볼테르가 치료를 받기 위해 참여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나씩 뇌가 사라진 시체로 발견되면서 살인사건과 최강 로봇을 가리는 격투기 대회를 둘러싸고 검사와 과학자들의 두뇌싸움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마치 만화책을 보듯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들 또한 책을 읽는 동안 흥미를 배가 시킨다. 까칠한 은석범형사의 날카로운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범인을 찾아보기도 하고 때론 은근히 로봇연구원인 노민선과의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며 격투기 대회의 장면에서는 끔찍하지만 흥분으로 가득차 있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천연인간의 몸과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데 왠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낯설은 2049년의 풍경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2010년대의 사회를 미래의 눈으로는 마치 아날로그를 보는 듯하게 묘사했기에 간간히 등장하는 낯익은 이름들과 작품들에 웃음이 터진다. 왕고모 이윤정 (커피프린스1호점, 트리플연출)을 등장시키거나 오다기리조와 같은 유명배우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하고 빌리조엘이나 미키루크 폴라압둘 제시카 알바등의 스타들이 키웠다는 퍼그를 살인사건의 현상에 있게 하는 등 미래지만 미래같지 않은 장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가상의 시간들, 하지만 소설은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뇌공학, 인공장기의 개발과 이식 그리고 신체 일부의 기계화, 감정과 행동양식까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의 개발, 인간과 로봇의 사랑, 게다 70%이상 기계로 대체된 인간의 정체성과 로봇의 인권에 관한 문제까지 상상하기에도 숨까쁜 과학에의 발전과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사건을 풀어가는 스릴러적인 면에 우리의 조상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 현실속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접하고 있는 여러 과학 현상들을 과거의 일인양 표현하며 과학적인 상식 또한 늘려주고 있다. 역시 소설가와 과학자의 탁월한 만남이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