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아모리 바실리의 3집 [Una parte di me]를 기다렸나?

 

2년전 가을이었다.

'일디보 프랑스'를 검색하다 뉴스 기사를 통해 우연히 아모리 바실리를 알게 된 건...

카리스마 있는 고급스러운 비주얼과, 묵직하면서도 맑은 목소리에 급관심이 생긴 나는 그날로 1집 [Vincero]를 질렀다.

클래식을 차용한 오리지널 곡들과, 유명한 팝송들로 구성된 1집은 프랑스에서만 30만장이 팔렸다고는 하나...

심한 음정불안과 곡 해석력 부족을 통탄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점점 그를 잊어갔다.

그러다 그를 다시 찾은 건, Les moulins de mon coeur라는 샹송을 들으려 유투브를 뒤적거리던, 작년 가을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모리의 목소리는 많이 성숙하고 안정적이 되었고, 제법 마음을 움직일 줄도 알았다.

첫만남보다 더 강렬한 호기심으로 2집 [Cantero]를 만났고,

오리지널 곡과 팝페라 커버곡이 반반씩인 2집은, 내겐 절반의 성공이었다.

자기 색깔을 낼 줄 모르는 팝페라 커버곡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리지널 곡, 특히 보너스 앨범의 4곡은 아모리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나고, 나는 그의 3집 앨범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골수팬이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일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 바쳐서 하는 아모리의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고,

또 실제로 그는 나날이 실력이(물론 외모도...ㅎㅎㅎ)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클래식 명곡을 바탕으로 해서, 아모리 자신이 직접 가사를 붙인 3집이 나온다고 했을 때,

드디어 아모리 본인의 색깔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그렇게 드디어 어제, 3집 [Una parte di me]를 만났다.

 

 

2. [Una parte dim me]의 전체적인 느낌

 

10월 22일 아침 7시 정각! 프랑스 현지 시간으로는 12시 자정에 드디어 3집 앨범 [Una parte di me]가 음악 사이트에도 떴다.

한달 전에 먼저 싱글로 발표한 <Una parte di me>를 통해서도 예상했듯이, 전체적인 컨셉은 클래식 명곡의 팝적인 편곡이었다.

전체적으로 베이스, 기타, 드럼의 비트가 들어간 팝적 편곡은 다행히도,

아모리의 중후한 음색과 어울려서 결코 가볍거나 저렴해보이지 않고, 대중적인 흡입력마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격렬하고 웅장하게 느껴졌던 Una parte di me 때문에,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아닐까 했던 우려와 달리,

어떤 곡은 원곡을 완전히 새롭게 변신시켜서, 또 어떤 곡은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각자 다양한 색을 냈다.

이제 드디어 아모리가 본인의 목소리 색을 찾았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어렵다.

아직도(!) 자연스럽지 못한 발성(시원하게 뻗어주었으면 좋을 부분에서 항상 음이 꺾이고 둔탁해짐)과 음정 불안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는 멋진 목소리가 마구 낭비되는 듯한 안타까움이 너무나 크고,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확~ 사로잡는 노련함이 없다는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다.

아모리 본인이, 자신은 성악 가수가 아니라 리릭 팝 가수라고 늘 말하고는 있지만,

팝페라라는 장르를 택한 이상, 기본적인 성악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앨범의 완성도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프로듀서가 그리 깐깐하지 못한 탓인지, 엔지니어링을 통해서라도 교정하고 싶은 불안한 음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일디보나 조쉬 그로반의 스튜디오와 달리,

아모리의 스튜디오는 조촐하기 짝이없고, 3집의 편곡도 두 사람이 참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집 [Una parte di me]는,

멋진 음색이 돋보이는 1집과, 성숙함이 묻어나는 2집의 장점을 모아놓은

아모리 바실리 최고의 앨범임을 확신한다.

무엇보다 3집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아모리 본인이 전 곡을 작사했고, 전체적인 곡 분위기에도 그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특히 1번, 6번, 8번, 13번 트랙은 아모리의 삶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진 곡이기에,

그가 전하는 긍정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8번, 13번, 2번, 11번 트랙 강추!!!)

 

 

3. 개별 곡에 대한 느낌

 

(1) Pensiero Mio 나의 생각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Op.23)

아모리 자신의 음악과 사랑, 삶에 대한 생각들을 밝은 멜로디와 힘찬 비트 속에 담아 희망적으로 풀어낸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을 담아 부르는 아모리의 목소리를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팍팍 받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2) I Silenzi Tra Noi 우리들 사이의 침묵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Op.90 3악장)

테너와 바리톤의 중간인 바리톤 마틴이라고 불리던,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아모리에게서,

리릭 테너에 가까운 높고 맑고 가벼운 보이스를 들을 수 있는 노래.

듀엣으로 함께한 Sofia Essaidi의 드라마틱한 목소리와 이루는 환상의 조화는,

맑은 가을하늘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I Silinzi Tra Noi> 가사 보기

(3) Con Te 당신과 함께 (쇼팽: 녹턴)

앨범 커버에 쇼팽의 녹턴이라고만 적혀있어서, 녹턴 내림마장조 Op.9 No.2일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원곡이 이토록 '롹'스럽게 탈바꿈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사랑의 열정을 가득 담고있는 듯한 강렬한 멜로디 속에

가끔씩 원곡의 로맨틱함과 애틋함이 녹아 있다.

(4) Credimi 날 믿어요 (포레: 파반느)

일디보의 애절한 노래 <Isabel>의 원곡으로도 유명한 포레의 파반느가, 아모리에게서는 비장함으로 바뀌었다.

장조로 시작해서 밝고 감미롭게 가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을 믿어달라고 애원하는 무겁고 강렬하지만 다소 불안한 멜로디가 이어진다.

세련된 일디보의 노래에 비해서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진실한 감정만큼은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5) Una Parte Di Me 나의 일부분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1악장)

백년설이 쌓인 몽블랑의 험준한 산길을 마구 뛰어다니는 뮤비에서도 보듯이,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나타낸 노래.

한달 전부터 가사를 다 외울 정도로 들어서인지, 아니면 계속 강하게만 나가는 비트에 살짝 질려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섹스어필 뮤비에 짜증이 나서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좀 식상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처음 들었을 때만큼은, 심장이 터질 것같은 깊은 임팩트를 받았던, 이 앨범의 타이틀곡의 가치가 있는 노래이다.

<Una Parte Di Me> 뮤직 비디오 및 가사 보기

(6) Siamo Il Futuro Noi 우리는 우리의 미래다
(보로딘: 이고르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

신비로운 느낌의 원곡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심상치 않은 제목을 보고서 무척 기대했던 노래.

아프리카 타악기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비트와, 역시 아프리카 합창단을 연상시키는 순수한 목소리의 아이들과의 합창과 함께,

열정적이지만 다소 신비롭기까지 한 아모리의 목소리는 평소 아모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평소에 레게 음악 팬이고, 아프리카 어린이들를 위해 사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아모리의 모든 소망과 철학이 그대로 들어가있는 듯한 희망의 노래.

(7) La Guerra 전쟁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전주곡)

누군가 우르스의 목소리를 첼로 같다고 했던게 기억난다. 그때 난 우르스는 더 맑은 클래식기타 같다고 생각했었다.

이 노래의 첼로 솔로 전주를 듣고 보니, 바로 아모리의 목소리가 딱 첼로다.

가끔은 부드럽고 편안하고, 때론 무겁고 강렬한...

게다가 원곡에서처럼 가끔씩 부자연스럽게 꺾이는 소리가 나는 것도 첼로만의 묘미이니까...

(8) Amici Noi 우리의 친구 (파헬벨: 캐논)

이번 앨범 중 가장 깊은 감명을 받은, 내가 뽑은 최고의 노래.

트랙 6번 Siamo Il Futuro Noi와 맥락을 같이 하는 듯, 여기서도 순수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가 아모리를 강약 조절에 약하다 했는가?(사실 내가...ㅎㅎㅎ)

전주와 간주가 피아노가 아닌 전자음이라는 점과, 후반에 더 힘차게 음을 끌고나가지 못하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들을 때마다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9) Il Lago Dei Cigni 백조의 호수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듀엣으로 Dominique Magloire와 함께 한 것은 미스 포인트였던 것같다.

올해 보이스 오브 프랑스에서 우승한 Dominique지만, 예전 활동에서도 보듯이 그녀는 소프라노가 아니라 중저음이 매력이다.

고음으로 이어지는 멜로디에서 음정불안과 고음불가로 인해 가사전달이 전혀 안된다.

아모리는 이 곡에서 음정불안 없이 멋지게 불렀는데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후반에 아모리와의 화음에서는 다행히 낮은 음을 택해서 멋진 화음이 나왔다는 것.

(10) Sogno d'Autunno 가을의 꿈
(그리그: 솔베이지의 노래)

가을하늘처럼 맑은 곡을 기대했지만, 낙엽처럼 쓸쓸하고 무거운 노래.

오로지 클래식 기타 반주로 시작되는 쓸쓸하기 그지없는 전반부에서는, 기타의 긁히는 소리가,

오케스트라와 베이스 기타, 드럼이 함께하는 웅장한 후반부에서는, 아모리의 무겁고 갈라진 목소리가

올가을 낙엽처럼 말라있는 마음을 산산히 조각내다가 어느새 촉촉히 적셔놓는다.

(11) Insieme A Lei 그녀와 함께
(모차르트: 소나타 17번 내림 B장조 KV570)

트랙 6번의 프랑스어 버전. 개인적으로 6번 트랙보다 훨씬 맑은 느낌이 있어서 좋다.

아모리가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부른 노래들이 한결같이 다 좋은데, 이것도 예외가 아니다.

아모리의 이탈리아어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는데, 프랑스어로 부른 이 노래는 맑으면서도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지구를 지키고, 평화를 위해 하나가 되자는 범세계적인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Tous ensemble pour demain> 가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