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나고 결혼하게 되셨는지 처음 궁금했던 건, 나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원래 아빠와 외삼촌이 친구 사이였던 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 궁금증이 조금 늦었나보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참 궁금해 진다. 어떻게 만나고, 연애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식은 어땠는지 등.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는 아주 예쁜 표지의 책이다. 미색의 단정한 바탕에 아름다운 꽃무늬가 아래 위로, 가운데는 손을 맞잡고 결혼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아빠 엄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유치원 친구가 좋아서 결혼하기로 한 아들 준이는 엄마 아빠의 결혼 앨범을 꺼내들며 엄마 아빠가 어떻게 결혼했는지를 묻는다. 자신도 결혼해야 하는데 엄마 아빠는 어떻게 결혼했는지 궁금했기 때문. 그렇게 들춰 본 앨범 속에는 엄마, 아빠의 십년 전 사랑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함께 데이트 한 사진, 프로포즈하는 사진 등 온가족이 앨범을 들춰보며 옛 추억을 되살린다.

 

사실 처음 이 그림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고는 그냥 단순하게 엄마 아빠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책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가족이 함께 엄마 아빠의 옛 추억을 되살리며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한 책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는 그런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 있지만 그 속에 결혼 준비를 하며 생각해야 할 것들, 구체적인 결혼 과정과 의미 등이 아이들의 시각으로 소개되고 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중 살 집과 살림살이, 청첩장, 결혼 반지 등 준비할 것이 많다는 것과 드레스를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 요즘은 시끄럽다고 많이 생략되는 "함 파는 일" 등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있어 좋았다. 함 속에 든 물건에 담긴 각각의 의미는 결혼이 그저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 결과가 아닌,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결혼을 앞둔 엄마 아빠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해서 결혼하기로 했지만 기쁨과 설렘 만큼 걱정도 드는 것이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와 함께 하고 싶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이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그들은 그날의 그 행복했던 기분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살지 않았을까?

 

 

시간이 흐르면 처음과 같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것을 지켜내지 못해서 그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준이네 가족은 십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살아왔을까? 중간에 어떤 일이 있었던 이 가족은 오늘 십년 전의 앨범을 보며 결혼 전의 설렘과 행복하리라는 기대를 다시 떠올렸겠지.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모습에 반성했을지도 모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결심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앨범을 가까이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던 때가 있었다. 우리 아이가 옛 앨범 들춰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다. 한 장씩 넘기며 이땐 이랬어, 저땐 저랬어 하며 이야기해 주면 저절로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도 행복한 감정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사실 지금은 앨범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짐이 점점 많아지며 어딘가로 밀려났기 때문인데, <엄마 아빠 결혼 이야기>를 읽으며 앨범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듣지도, 사진을 보지도 못한 둘째를 위해 한 번 꺼내놓아야겠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졌단다~ 하고 이야기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