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품에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단체생활의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 격인 곳이 바로 유치원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에 앞서 부모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유치원의 선택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비롯하여 집과의 거리, 교육환경, 위생상태 등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들이 무척 많더라구요. 이렇게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유치원에서 부디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며 몸과 마음이 쑥쑥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유치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우고 단체생활을 위한 규칙을 하나씩 익히며 현장학습을 통해 집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다면 비교적 만족스러운 유치원 생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이 책은 한 마디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일 아침 웃옷을 벗고 맨발로 3킬로미터씩 달리는 아이들.. 42.195킬로미터에 달하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를 하고, 소풍대신 등산을 가고 후지산도 정상까지 거뜬히 오르는 아이들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을만큼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책은 <세계의 교육현장>이라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이웃나라 일본의 유치원을 취재하고 촬영하면서 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책입니다. 교육열이라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뜨거운 교육열을 지닌 우리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유아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자가 취재한 일본의 모든 유치원에는 운동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폴리우레탄 블록을 깔아놓은 자그마한 놀이터가 아닌 정말 흙과 모래를 밟을 수 있는 초등학교의 그것과 같은 운동장 말이지요. 그곳에서 맨발로 마음껏 놀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며 흠뻑 즐거운 놀이에 빠지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진정한 행복이 묻어납니다. 뿐만 아니라 진흙밭에서 뒹굴며 놀기도 하고 수영장도 갖추어져 있어 물놀이도 마음껏 한다고 합니다. 스케줄 빡빡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이라던가 정형화된 장난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장난감 대신 재활용품을 가지고 놀면서 그것이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배가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놀면서 어느새 창의력도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유치원을 들여다보면서 요즘이 아닌 옛날에는 우리 나라의 아이들도 저와 같이 자연을 벗삼아 노는 모습이었을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꽃을 보기 힘들고, 흙을 밟기 힘들고, 어린 나이인 유치원시절부터 꽉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학원을 순회해야하는 오늘날 우리 나라의 아이들이 안쓰러워졌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라고 아이들을 채근하기 이전에 학습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 유아기에 아이들에게 꼭 키워줘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단해보고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