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지인들과 제주도에 다녀왔다. 제주의 아름다움은 외국의 다른 도시보다
아름다웠고 편안했다. 그렇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4.3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역사가 아프게 다가 온다. 

제주를 배경으로 현기영님의 성장기를 맛갈나게 그려낸 모습을 읽으며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리 미소 짓기를 여러번. 4.3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의 표현도 어쩌면 그리도 잘 표현했는데 혐오스럽다거나 무섭다거나 하지 
않고 어쩌면 그리도 잘 표현 했을까 감탄사를 내게 했다. 

바닷가에서 물놀이 하는 것을 금한 어머니를 피해 매일 바닷가를 찾았던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남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생각났다. 남편도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놀이터 삼아 놀았다고 한다. 바다에서 놀면 위험하다고 바다에 가지 못하게
하는 형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박박 밀었다는 남편. 재미있는 놀이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아이들면 다 같은가 보다. 

나는 경기도에서 살았지만 나의 소꼽친구의 집에서도 뒷간에 돼지를 키웠던 적이 
있었다. 작가의 성장기와 비슷한 생활을 했던것이 <똥낑이>를 읽는 내내 공감과 
즐거움을 주었다. 

성장해가는  단계 단계마다 현기영님의 맛갈 스럽고 시골의 향기가 듬뿍 배인 
글귀는 다른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그윽함이 배어 있었다.  자칫 한사람의 성장기에
불과한 재미 없는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을 현기영님은 마술처럼 독자를
끌어 들이며 풀어내고 있다. 

사춘기의 문학소년에서 이제는 소설가가된 현기영님의 글은 여자인 나보다 
남편에게 더 공감을 주고 어린날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것 같아 읽기를 
권했다.  요즘 아이들과는 조금 동떨어진 생활 환경에 대한 이야기지만 현기영님의
맛갈스럽고 그윽한 표현력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은책이다.




똥낑이, 현기영, 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