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하기 그지없던 pc게임밖에 접할 수 없었던 시절에,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했던 '레밍스'란 게임이 기억난다. 매 판마다 지형이 바뀌고 끊임없이 절벽을 향해 떨어지는 레밍, 일명 나그네 쥐라 불리는 녀석들을 구하는게 미션이었던 게임이다. 이들이 아무 목적없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본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레밍들에게 이런 자살행위는 당연한 것이다.

 

이 우화에서는 '에미'라는 이름의 한 레밍이 '절벽 러쉬'에 대해 최초로 의문을 갖는다. 자신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난 누굴까? 난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그러다가 또 하나의 레밍, '레니'를 만나게 되는데, 레니는 에미를 작은 구멍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몇 마리의 뜻을 같이 하는 레밍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점결연', 점프를 결사반대하는 레밍 연대를 결성하고 있었다. 에미는 그 모임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그들에게 묻는다. 그들의 목표는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것'이란다. 아무 생각없이 절벽 점프를 하는 무리들에 비해서는 뭔가 다른 생각을 품고있지만, 에미는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문제는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으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에미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죽음의 '점프 이벤트'가 있던 날, 대부분의 레밍들은 주체할 수 없는 절벽 점프 욕망에 저항하지 못 하고 하나둘 뛰어내린다. 심지어 '점결연'의 몇몇 멤버들 까지도. 에미는 그동안 고무나무의 잎을 모아 대형 새총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절벽 너머의 새로운 땅으로 날려보낸다. 절벽 아래의 뾰족하게 솟은 돌들이 두려웠지만 오로지 앞만 보고 날아가서, 에미는 더 크고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세상을 알게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레밍들의 맹목적인 행위는 우리들 대부분의 삶을 의미하고, 에미의 의문과 고뇌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깨어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 세상에서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창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90쪽)

 

결국,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 자기 발견의 시작이다. 그 다음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레밍들의 무리에서 탈출하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