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현상을 '몬스터 마을'이라는 모델을 통해 우화형식으로 전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화폐경제(금융경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화폐 자체는 아무런 가치도 지니고 있지 않다. 화폐가 만들어진 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거품경제가 되어버린다. 이 마을은 모두 열 명의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렇기에 각자의 경제활동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저자가 우화를 통해 던지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몬스터 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특기를 살려 쌀농사를 짓고, 과일과 야채를 재배하고, 목수로서, 연예인으로서 각자가 생산한 것들을 물물교환을 통해 바꾸며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의 수명은 매우 길어서 최연장자인 고트몬의 나이는 600살이 넘었다. 그런만큼, 주민들은 모두 달인의 경지를 넘어선 훌륭한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스터X'라 불리는 인간이 이 마을에 오게 되었다. 미스터X는 화폐인쇄기와 금을 한가득 가지고 이 마을에 들어왔는데, 그의 목적은 몬스터 마을에 '머니경제(화폐경제,금융경제)'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돈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던 몬스터들은 종이조각에 불과한 돈이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이해를 못했지만, 그 돈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금을 살 수 있다는 말에 설득되어 돈을 이용해 보기로 한다. 미스터X는 고성능 화폐인쇄기로 돈을 찍어내고, 그 돈으로 몬스터들의 생산물들을 사들여 다시 각자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팔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돈을 찍어낸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생산물들의 가치만큼만 돈을 발행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몬스터들은 돈이 편리한 물건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차츰 몬스터 마을도 머니경제 시스템에 물들어 갔다.

미스터X는 인간을 마을로 데려와 결혼을 한다. 그런데 이 미스터X 부인은 밤마다 몰래 돈을 찍어내어 그 돈을 주는 댓가로 몬스터들에게 안마를 해달라거나 맛있는 요리를 요구하는 등의 이런저런 서비스를 요구한다. 그래서 무형의 가치를 지닌,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제 금값을 올리기로 작정한 미스터X와 그의 협력자 고트몬에 의해 정말로 금값이 몇 배로 오르게 되었고, 몬스터들은 빚을 내서라도 금을 사는데 혈안이 되었다.

'미스터 푸'라는 또 다른 외지인에 의해 몬스터 마을의 경제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그는 동업자와 짜고 몬스터 마을의 주민들에게 많은 금을 판 후, 가치가 떨어진 금을 다시 헐값에 사들이는 수법으로 몬스터 마을 주민들을 빚더미에 앉도록 만든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미스터X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서, 또 다른 곳에 가서 같은 수작을 벌이던 이 사기꾼들에게 복수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미 몬스터마을의 경제에는 거품이 잔뜩 끼었고, 최악의 불황과 부채 속에 주민들은 일할 의욕도 잃고 간신히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되었다.

미스터X는 빚을 탕감해주고 그대신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등의 극단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난국을 타개해보려 하지만, 그 정책이 성공해서 몬스터 마을이 풍요를 되찾았는지는 결론나지 않은채 이야기는 끝이 난다. '머니 경제는 어디까지나 허상의 경제이며, 편리함은 있지만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므로 전체 제품과 서비스의 총수는 일정하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부동산이나 금융투자를 이용해 큰 돈을 벌었다해도, 무언가 다른 가치나 자산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그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보거나 생산활동을 해야할 것이다.

- 전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전체의 생산성, 효율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하는 실물경제의 문제입니다. 물론 경제 이상의 이야기이지만, 참된 풍요로움은 각각의 가치관 위에 성립되는 것입니다. (159쪽)

이 우화의 큰 목적 중 하나는 1990년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의 원인을 알기 쉽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일본 뿐 아니라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모든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 방법으로 금융업 등의 실질적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실질적 가치의 생산 없이 경제활성화란 명목으로 거품을 만들고 있는건 아닌지. 전체의 풍요를 위한 정책이 세워지길 기대하면서, 돈이란 무엇인지, 경제란 무엇인지, 나라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겠다.

- 이 몬스터 마을 이야기의 또 하나의 중요한 핵심은 몬스터들의 '솜씨'에 숨어 있습니다. 무엇이든 최고의 것을 만들려는 장인정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정신이 반영된 제품, 이런 것들이 바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실물경제의 기초입니다. 돈ㅇ란 이런 실물경제의 반영입니다. (저자와의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