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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저자는 전작 '왓칭' 에서 나자신을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주시자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거기서는 특히 많은 양자물리학의 사례들을 보여주며 이 세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설명하였는데, 이 책에서도 양자물리학을 근거로 우리들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인생의 목적은 어떻게 찾고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진공묘유(眞空妙有) - 텅 비우면 오묘한 일이 일어난다

결국 이 책의 주제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바로 '오만 가지 생각들'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쁜 생각보다는 욕심, 절망, 스트레스 등의 쓸모없는 생각들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빨간 사과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점점 더 빨간 사과가 생각나는 것처럼, 생각이란 것은 쉽게 떨쳐낼 수가 없다. 자력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것처럼도 보인다.

남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같은 것이 특히 그렇다. 이런 생각은 너무도 위험해서 비워내지 못 하면 자신도 모르게 큰 사고를 저지를 수도 있다. 생각을 비워버리지 못 하는 원인은 '생각이 바로 나'라는 착각때문이라 한다. 내가 나를 버릴 수 없는 것처럼, 생각을 '나'라고 착각하면 그 생각을 버릴 수 없으며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는 것이 바로 마음을 텅 비울 수 있는 비결이라 말한다.

마음을 텅 비우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음을 비우고 나를 열면 엄청난 에너지가 흘러들어와 그 빈 곳을 메우게 된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주 공간은 텅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아니, 텅 비어있으면서도 정보와 에너지로 가득하다. 기 에너지에 관한 최고 권위자인 발레리 헌트 박사는 '키를리안 카메라'를 통해 에너지가 머리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것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물질들과 우리들 자체도 결국 에너지라는 양자물리학의 결론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반야심경의 한 구절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 육신도 생각도 내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답을 찾다보면 그 어느 것도 완전하지 않다는 걸 어렵지 않게 깨닫는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름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이름이 없어도 분명 나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 몸이 나일까? 육신은 가장 쉽게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팔이나 다리가 없어도 나는 존재한다. 심장이 없거나 두뇌가 반쪽인 채로 사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육체는 '나'가 아니다.

'진공묘유'의 원리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생각도 내 것이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창조한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나름대로 감정과 지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생각을 제어하기가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생각을 나와는 분리된 존재로 보되 억누르려 하지말고, 우주로 되돌려 보내주어야 한다. 생각을 스스로 가둬놓지 않으면 생각은 저절로 날아간다고 한다.

- 동자승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스승이 설명했다. "무섭다는 생각은 어디서 날아들었느냐? 우주에서 날아들었느니라. 그걸 머릿속에 가둬놓고 억눌러대면 더욱 사나워진다. 거꾸로 머리를 활짝 열어놓고 받아들이면 제 발로 되돌아가느니라." (184쪽)

일체유심조 - 이 세상은 허상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죄다 허상이며 우리의 인생은 크나큰 착각이라 한다면 사람들은 이 말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의 오감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현실을 인식하는가를 설명함으로써 이 명제를 좀더 믿을만한 것으로 만든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본다'는 행위는 수정체가 받아들인 이미지를 전기신호로 만들어서 그것을 두뇌가 읽는 것이다. 느낌, 소리, 냄새 등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로 전기신호로 전환된 것을 두뇌가 읽고 인식하는 것에 불과하며, 만약 세상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조작된 전기신호를 두뇌에 보낼 수 있다면 우리는 현실이 아닌 그 전기신호를 세상의 모습으로 인식할 것이다. 최면도 이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가장 똑똑하다는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현실은 모두 허상일 뿐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 (247쪽)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일체유심조 사상은 흔히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으니 마음을 바르게 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가르침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사례로 제시된 양자물리학의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정말로 물질을 만든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실험에 의하면, 미립자는 누군가가 바라보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물결로 잠재해 있을 뿐이지만, 누군가 바라보면 알갱이로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데 모든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남는 것이 미립자이므로, 미립자로 이루어진 만물의 원래 모습도 텅 빈 물결, 즉 '아무 것도 아닌 무'인 것이다.

인생은 연극이다 - 자신의 배역을 연기하는데 충실하라

이렇게 우리가 현실이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거나 이해했다면, 우리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단 하나 허상이 아닌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혼이라고 저자는 말하며, 우리의 인생은 영혼을 갈고닦기 위한 하나의 연극인 것이다. 또한 우리가 완벽하지 못한 무대인 지구에 내려와 수많은 고통을 겪는 이유도 영적 성장에 있다. 인생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연극'이다.

-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은 나름대로 맡은 배역이 있기 때문이다. 배역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방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역을 겸허하게, 감사히 받아들이면 남과 비교하지 않고 열심히 연기할 수 있다. 힘든 배역이 끝나면 다음 연극에서는 쉬운 배역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288쪽)

꼭 죽음의 순간에 이르지 않고서도, 인생은 너무나 짧은 '한때의 꿈'같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무얼 기준으로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인생은 짧고, 그토록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존재했다가 사라지고 그것으로 모든게 끝이라는 섭리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게 섭리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거기에는 무슨 '의미'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의미가 없다면, 우리가 훌륭한 인생을 살아서 자아실현을 이루든 범죄자로 살아가든 무슨 상관인가.

그런 인생의 의미를 찾는 여러 관점들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 이야기는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축적되어온 지혜와 과학이 많은 부분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해석이다. 전작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진리를 찾고 받아들이는 저자의 자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것이다. 더 그럴듯하다고 느껴지는, 더 나은 진리가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 전까지는 마음을 텅 비우고 그 곳에 영혼을 채워넣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맡은 배역이 어떤 것일지라도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최고의 연기를 펼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