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을 읽고나서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아 인생의 지침이 되어줄 만한 문장이 몇 개나 될까. 때로는 누군가가 좋은 책을 권해주었어도 난이도나 상황, 때가 안 맞아서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 하고 억지로 읽다가 포기하고마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이 책에서와 같이 짤막짤막한 메세지들을 여러개 던져주어 독자가 그중 한 두 문장이라도 깊이 공감하고 기억하게 된다면 이런 종류의 책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외 여러 베스트셀러들의 저자로 유명한 켄 블랜차드는 고교시절 축구부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생활에 지침이 될만한 글귀들을 많이 들었고, 라커룸 벽에 가득 적혀있던 그 격언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경영과 리더십 분야에서 짧지만 의미심장한 격언들을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그 요지를 정확히 기억하도록 이 책을 출판하였다. 80여가지의 지침들이 나오는데, 그 중 특히 더 공감하였고 그래서 뇌리에 남게된 몇 가지를 추려본다.

 

우리는 나보다 현명하다

켄 블랜차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이 진리는 조직의 팀워크를 유지하는데 원칙으로 삼을만한 문장이다. 이 깨달음으로 인해 그는 조직 내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똑똑한 존재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개인의 능력보다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은 많다. 올림픽 농구경기에서 미국은 NBA 스타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매번 내보내지만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축구나 야구경기에서도 올스타만 뽑아서 만든 팀이 평범하지만 손발을 맞춰온 팀에게 이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정기적으로 모여 농구를 할 때 키와 실력을 감안해 매번 팀을 적절하게 나누곤 했는데, 한번은 재미삼아 평균키가 170 이하인 단신팀과 180이상의 장신팀으로 편을 갈라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실력이 뒤지는 것도 아니었던 장신팀은 그러나 단신팀에게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던 신기한 경험이 있다. 다들 골밑으로만 들어가려고 했지 공을 제대로 운반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로부터 팀에는 특출난 사람들이 여러명 있는 것 보다 비록 능력치는 좀 떨어지더라도 각자의 위치에 필요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팀웍의 핵심이고 나보다 뛰어난 우리를 만드는 힘이 아닌가 한다.

 

고삐를 당기기보다 늦추는 것이 더 쉽다

'선엄후관'이란 말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감독하는 입장에 있다면 특히 적용해야할 명언이라 생각한다. 먼저 엄하게 대하고 나서 나중에 관대하라는 말이다.

-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데 있어서 그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처음에는 무조건 엄하게 하는 편이 낫다. (48쪽)

거꾸로 처음부터 느슨하게 감독하다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가서야 다시 고삐를 당긴다면 불평과 원망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괜한 원망을 사는 것보다 약간의 오해는 감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보가 있어야 책임있게 행동할 수 있다           

- 슈퍼마켓에서 수표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가? 점원은 계산대에서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수표번호를 적은 뒤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승인을 기다린다. 이 과정을 보면 오직 매니저만이 책임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며 회사는 점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116쪽)

이런 경우 역시 많이 겪어왔다. 직원들의 실수에 대해 문책을 하기 전에, 과연 충분한 정보와 권한을 주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런 정보없이 극히 최소한의 업무만 아는 상태에서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을까?  믿고 정보를 주면 분명 직원들도 책임있게 행동할 수 있고, 자긍심 또한 높아져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에 역시 공감한다.

 

성공은 영원하지 않으며 실패 또한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내셔널 풋볼리그의 최다우승 감독인 돈 슐라가 가지고 있었다는 '24시간 원칙'. 우승의 기쁨이든, 패배의 뼈저린 아픔이든 딱 24시간 동안만 철저히 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모든 걸 잊고 다음 시합에 전력을 다한다는 이 자세는, 승리와 패배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참 멋진 방법이다.

여기서는 2009년 WBC 야구경기에서 한국팀이 일본에게 2대14로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예를 또 다시 들었다. 그 장면이 나 역시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기에 24시간 원칙이 더 깊이 각인되었다. 특히나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경기 후 난리가 났었다. 치욕적인 패배라며, 마치 예선탈락이 확정되었다는 듯한 분위기 였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실력이 비슷한 상대일지라도 때로는 처참한 패배도 당할 수 있고, 또 반대로 이길 수도 있다고 냉정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을까.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고 자책만 하고 그것이 두려움을 낳았다면 분명 그 다음 게임에서도 스스로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했던 김인식 감독은 큰 패배에 주눅들지 않았고, 차분히 분석하고 대비하여 결국 2차전에서 1대0이라는 승리로 일본에게 진 빚을 되갚아 주었다. 한 점도 못 내고 완봉패를 당한 일본 역시도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던 것이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던 승부였다. 김인식 감독은 분명 이 '24시간 원칙'을 적용했을 것이다. 승리를 만끽하되 자만에 빠지지 않고, 패배를 반성하되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해 꼭 기억하고 싶은 지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