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들이


올봄은 아버지가 유난히 앓으셨다.다른 해에도 감기로 오래도록 고생을 하시는데 올봄은 유난스럽게 앓으시더니 급기야 병원에도 다니시고 그렇게 한참을 보내시더니 안되겠는지 큰병원에 가야겠다며 서두르셔서 언니가 내가 사는 곳에 있는 큰병원에 예약을 해 놓았다. 엄마와 함께 병원에 다니셨는데 별 차도도 없고 혼자서 끙끙 앓으셔서 두통도 심하시다고 하여 더 병이날까 모셨는데 모신길에 이것저것 검사를 하게 되었다. 일차적으로 당신이 직접 가서 찍은 사진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었지만..

오월말 그렇게 언니와 둘이서 병원을 들락거리며 검사며 입원예약까지 해 놓았는데 입원하지 않으시겠다고 부득부득 우기시기에 어쩔 수 없이 모두 두손 두발 다 들고 아버지한테 지고 말았다. 하지만 일차 검사에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여 유월 첫날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노인네 병원이라면 기를 쓰고 싫어하기도 하지만 입원이라니 얼굴이 말이 아니다. 대충 침구며 챙겨 들고 택시를 타고 간 병원에서 내가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다 보니 아버지와 엄마가 들어 오셨는데 얼굴이 말이 아니다. 병원이 괜히 사람을 더 병들게 만든다.

그렇게 아버지의 입원을 시작되었고 어느 정도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세도 있으시고 농사도 지으시고 계시기에 호락호락 누워 계실분이 아니신데 며칠 병원에 계시게 한다는 것은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과 같기에 언니와 난 아버지와 말싸움도 해야했다. 아버지도 모르게 아버지 가슴에 둥지를 튼 ’종양’, 어느 시인은 자신의 종양마져 자신의 일부이기에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읊었지만 내 아버지의 종양을 받아 들여야만 하는 우리들, 언니는 무척 슬프다고 하지만 난 그저 덤덤했다. 연세도 있으시고 갈비에 금이 가 있어 가슴 통증을 가지고 계셨는데 이제는 종양가지라니.. 하지만 엄마의 말씀처럼 이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래도 두분은 병원생활에 잘 적응해가셨다. 처음엔 큰소리 뻥뻥 치시며 검사도 안받겠다고 하셨는데 첫날 검사를 받으시고는 금방 길들여지신것처럼 ’어쩌냐 검사 받아야지..’ 체념하시듯 하시는 아버지, 어린애가 된것도 같았지만 수면기관지내시경 검사를 받으시고 깨어나시며 힘드셨던지 헛소리를 하실때 팔 다리를 주무르다 보니 마른 장작개비같아 눈물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내가 눈물을 보이면 엄마도 서운해 하실듯 하여 눈물을 삼키며 아버지의 헛소리에 웃으며 응대를 해 주었는데 그래도 검사를 받으시고 한결 밝아지신 아버지 흉부생조직검사에도 웃으시며 내려가시기에 CT실 앞에서 ’아버지 어디 아프신데 없으셔.. 아프시면 말해요...’ 했더니만 나와 간호사수습 학생이 보는 앞에서 크게 웃으시며 ’아픈데 없다. 검사도 받을만 하다..’ 하시며 크게 웃으시니 수습학생이 ’할아버지 아프시지 않다니 다행이네요..’ 하니 더 밝아지신 아버지. 흉부씨티후에 웃는 얼굴로 나오시기에 난 20여분 마음 졸이며 밖에서 기다렸는데 ’괜찮여..’ 하시는 아버지. 당신의 아픔을 자식과 마나님이 알고 나니 그 무게를 덜으신걸까 한결 밝아지시고 머리 두통도 없으시다고 두어달 못 드시더니만 병원에 와서 한그릇씩 잘도 비우시는 아버지가 고맙다.

난 아침마다 밥을 두번이나 했다. 막내와 밥을 먹고 나면 다시 밥을 하여 엄마와 언니 그리고 나의 점심과 저녁을 싸고 없는 반찬을 만들었다. 병원에서 늦게 오니 시장도 못봐 아침에 겨우 수퍼에서 두어가지 사다가 엄마가 잘 드시는것으로 해 갔더니만 엄마도 그동안 아버지때문에 못 드셨는데 병원에 와서 한그릇씩 드신다며 세모녀가 함께 모여 앉아 있는 반찬을 넣고 비벼 소풍나온것 처럼 둘러 앉아 맛있게 먹으니 오며 가며 병원식구들이 부러워 한다.과일이며 음료수며 식사와 함께 날마다 큰가방에 가득 넣어 가지고 다니다 보니 나 또한 체력이 바닥이 났는지 힘이 없지만 아버지가 그래도 밝은 얼굴이라 다행이다.

입원중에 큰딸이 제주도 체험학습이 있어 부족한 준비물을 챙겨다 주는데 녀석 엄마를 꼭 안으며 ’엄마 괜찮아. 힘내..’ 하는 녀석.처음엔 힘들었지만 받아 들이고 나니 한결 수월해졌지만 이제 병과의 싸움은 시작인데 앞으로가 큰일이다. 남은 검사도 있고 이제 한발 디뎠을 뿐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큰녀석’과 가족이 모두 싸워야 하는데 우린 이겨낸다지만 노친네들이 이겨낼지 걱정이다. 엄마도 마음을 많이 비우신듯 하신데 동네분들이나 그외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으며 병에 수긍을 해 가시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 안타깝기만 한데 이런 시간들도 먼 훗날에는 ’소풍’ 처럼 모여 앉아 이야기 할 때가 있겠지.

’아버지, 아버지랑 엄마랑 이렇게 병원에 있으니까 좋은점도 있네. 자식들 다 모이고 막내가 해다주는 밥도 앉아서 받아 먹을 수 있고 좋지 아버지.. 가만히 있으면 다 해주니.. 드시고 싶은것 있음 말해요. 내가 다 해다드릴께.. ’  ’읎다.. 병원밥도 괜찮아..’ ’아버지 말고 엄마가 잡수셔야 하니 맛있는 것으로 해야지.. 누가 아버지 준데..’ 아버지와 이렇게 긴 시간 함께 해 본것이 언제이련가. 어린시절 함께 살때 그때 또한 이렇게 함께 붙어 있지는 않았다. 늘 들로 밭으로 일을 나가시는 부모님때문에 늘 혼자 집을 봐야 했던 시간들, 하지만 며칠 함께 병실의 갇힌 공간에서 함께 하다 보니 그 시절이 새삼스럽게 생각이 난다. ’집에 가면 할일 많은디.. 텃밭의 완두콩도 따야 하고 감자도 순이 잘 올라왔나 봐야 하고 논에도 가야 하고 고추순도 더 따야 하고..’ 병원에 계시면서도 집의 일이 걱정인지 아침부터 읊어대시는 엄마와 아버지, 개밥은 잘 주고 있나 모르겄다 하시며 그나마 집에 혼자 남은 대문앞의 백구 똘이가 걱정인가 보다. 오빠가 왔다갔다 하며 개밥을 주고 있고 텃밭도 논도 돌보고 있다고 해도 걱정이라??기 퇴원을 하시게 되었는데 그제서 두분 편안해지셨는지 함께 침대에 앉아 사다 놓은 주스와 과자를 드시고 계셨는데 집에 가는 것이 그렇게 좋으셨나 당신 병보다...

어제 갑자기 아버지가 퇴원을 하시게 되셨다. 일차 후퇴처럼 퇴원을 하셨지만 이제 앞으로 입원과 퇴원을 계속 하셔야 할텐데 병원에 또 오실지 까마득하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으시다는 아버지와 엄마, 농사 일도 그렇지만 연세도 있으시고 ’수술 하라고 하면 안한다.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몸에 칼안댄다..’ 하시는 엄마와 아버지가 앞으로 얼마나 큰 고생을 하실지 정말 걱정이다. 우리 나이도 건강이 많이 걱정되는 나이지만 이제 부모님의 연세도 있으시니 하루가 걱정인데 며칠 함께 하며 그동안 너무 신경도 못쓰고 불효만 하며 산것 같아 후회 스럽기도 한데 앞으로도 잘 할 자신이 없다. 나의 저질체력도 오늘은 바닥인지 막내를 등교 시키고 넉다운이 되었다. 자꾸 감기는 눈과 까라지는 몸, 그래도 시골로 전화를 걸어 보니 울집 노인네들은 들로 나갔는지 안받는다. 몇 번을 해 보아도 안받는다. 빈집에 전화소리만 울려 퍼질 듯 하여 몇 번 해 보다 포기하고 말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셨으니 밭으로 논으로 다니시며 다시 원기를 보충하고 계실 아버지, 지금처럼만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9.6.4
박명순/서란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