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다녀오다








☆ 친정이 가까워도 자주 못 가는 곳,
시골에 다녀왔다. 아버지가 아프신 후로 자주 찾아뵙겠다던 다짐은
어디로 간것인지 다시금 내 안이함을 뒤돌아 본 날이기도 하다.

고추장이 떨어져 집에 가지러 가는 길,
그동안 가져다 드려야 했던 것들을 챙겨 나서는데
괜히 마음이 짠하다. 아프신 아버지께 요즘은 전화도 자주 못 드렸다.

집에 가는 중이라 전화를 드렸더니 
엄마는 그새 저녁을 준비하고 계셨다.
꼬부라진 허리로 종종 거리며 갈치도 굽고 시금치도 무치고
된장찌개도 끓이고 상추도 무치고 반찬이 없다며 진수성찬을 차리셨다.
우리는 요즘 애들이 없어 정말 김치 하나 달랑 놓고 먹는데...

오전에 영화를 보았기에 늦은 점심을 먹은 후라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엄마와 아버지와 함께 이른 저녁을 먹었다.
상추무침에 된장찌개를 넣고 비벼 맛있게 먹었다.
괜히 애들 뒷바라지 한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딸에게
자신들보다는 딸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님께 죄스러움에
일찍 주무시라며 돌아서 나오는 길,
아버지는 아픈 몸으로 밭에 나가 일을 하시다
감기에 걸려 약을 드시고 힘들게 잠을 청하고
허리가 꼬부라진 엄마만 배웅을 나온 쌀쌀한 밤,
이제부터 정말 자주 찾아 뵈어야 할텐데...
아버지를 뵙고 오니 마음이 더 무겁다.
아프시다는 내색도 못하고 자식에게 패가 될까봐 전전긍긍하시는 모습이
괜히 미안하고 죄스러워 큰소리로 떠들어 보았지만
내 맘속엔 눈물이 흐르고
발길이 무겁다. 좀더 아픔이 없이 사셔야 할텐데...


2010.4.17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