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는 시선은 각도에 따라 참 달라진다. 미학의 시선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감상법부터 목적을

가지고 그림들을 탐색하는 일련의 과정까지 각각 다른 재미가 있다.

이책의 저자는 의학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로서 의학적인 그림들을 꽤 방대하게 능동적으로 찾고,

분석하고 해석했던 작업들을 이책에 풀어놓았다.

수록된 150여편의 작품들을 통해 내가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오랜시간을 넘나드는 범위를 의학적인

사건들과 연결하여 소개한다.

 

초반부에는 과학책같은 느낌도 들고, 역사책같은 느낌도 들고, 인문학적인 느낌도 들고 명화에 관한

해석을 위주로 예상했던 그림들은 의학의 발명같은 서사적인 느낌이 강하게 와닿았다.

책속에서 다루는 테마들은 의학의 시작에서 출발하여 발전과정, 수술과 해부, 그외 전반적인 의학을

역사를 기반으로 흐름을 이어간다.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이어지는 소개되는 그림들과 이야기는 읽을수록 흥미진진해진다.

특히나 주술적인 미신이 강했던 옛날그림들에서는 백신의 영향으로 인간과 소의 복합인간같은

말도안되는 상상들과 루머들이 난무하기도 했다니 재밌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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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조차 분명하지 않고,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이었을때 의료기술또한 맥박을 잡는다거나

소변을 톻한 진단처럼 단순하게 진행되었을때는 실제로 소변의 맛을 보고 소변예언자로 불리기까지

했던 사건들, 극한의 고통을 감수하고 무모한 시도들을 했던 과거의 흔적들을 이렇게 그림을 통해

접하며 그림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진지하게 의학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그림들과 한 집안의 소소한 사건을 그림한장을 통해 해석해보는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한장의 그림속에 신화속의 단서가 등장하여 또하나의 의미를 더해가는 과정은

그림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인체해부도를 그린 수많은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의 공로는 근대의학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책에서 다른 명화책들과 다른 특징을 하나 꼽는다면 의학서들에 실린 명화라기 보다는

학술자료에 부합하는 그림들을 다수 볼수있다는 점이다. 예술의 한계를 규정짓는 흔히 범하게되는

고정관념적 오류때문에 그림은 오로지 명화책에서만!이라는 생각을 하고있다는데 나도 좀 놀랍기도

했다.

 

서양미술사에서 세상물질의 덧없음, 인생의 유한함을 주제로 한 바니타스Vanitas 혹은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주제로한 작품들중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를 떠올리게 하는  한스발둥의 그림

<인간의 세시기와 죽음>을 비롯한 새로운 작품들과 의학적인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또하나의 그림보는

방법을 경험해보게 된것같았고, 또 한편의 인간서사의 단면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과거의 사소한 실수와 오류도 미래의 초석이 되는 한 부분임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