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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의 숨겨진 면모까지도 거침없이 고발하는 리얼리즘 문학의 대가,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읽게 되었다. 물질에 허덕이는 인간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고리오 영감을 발자크는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리게끔하는 진정한 드라마'라 칭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릴정도로 애절하진 않았던 것 같다. 프랑스 19세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 어느 곳이든 이런 이야기가 횡행하기에 담담하게 소설을 받아들였기때문이다. 이것이 파리 밖에서도 이해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고 말하는 발자크의 말에 너무나도 이해가 잘 되서 오히려 아무렇치도 않다고 말하고 싶다.

소설 속 음침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보케르 관에 고리오 영감을 비롯한 하숙인들이 살고 있다. 그중 한명인 라스티냐크는 학문을 뒤로하고 상류층에 오르고자하는 출세주의자로, 아직 파리에 존재하는 이기주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법학과 청년이다. 작품 초반부터 작가는 돈이 주는 쾌락에 빠져 돈이 다라고 믿는 보케르 관 하숙인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라스티냐크가 자신의 주변에 풍토와 양심 사이에 갈등하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상류층의 사람들의 모습은 청년의 눈을 전반적으로 확장되듯 묘사된다. 하숙인인 한명인 고리오 영감과 상류층인 두 딸들을 연결시키면서 숨겨진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딸의 빚을 갚아주면서 상류층 뒷바라지만 하다, 결국 하숙인 고리오 영감은 그것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한 인간이 죽었는데도 아무렇치도 않게 행동하는 보케르 관에 남아있는 하숙인들(이미 배반을 맛보아 떠난 이들도 있었다.)과 고리오 영감의 두 딸들은 전형적인 물질주의자들이다.

내가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오. 내 딸들의 방종의 원인은 오로지 나에게 있소. 내가 걔들의 버릇을 망쳐 놨거든. 그 애들은 예전에 봉봉 과자를 원했듯이, 지금은 쾌락을 원하는 것이오. -P381

고리오 영감이 죽어가기 전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만약 '돈'이 있었다면 자신이 딸들에게 버림받았을까? 하며 괴로워 한다. 돈때문에 이용당했으면서도 가는 순간까지도 물질을 열망한다.

그러나 돈에 대한 고리오 영감의 열망은 다른 이들의 것과 다르다. 그것이 딸들의 순수한 사랑을 위한 부차적인 수단이다. 물질은 이렇게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그것이 최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라스티냐크의 선택이 궁금하다. 그는 고리오 영감의 죽음을 안타까워했고 슬퍼했다. 마지막 부분, 파리 시내를 바라보면서 "이제 우리 둘의 대결이다!"라고 라스티냐크는 말한다. 그것이 대항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묵인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 저항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적응하는 것이 옳을까?

책의 모든 것들이 정말이지 눈물이 한 모금도 나지 않을정도로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였다.

상류계층인들의 이기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허상은 곧 파멸을 이끌게 하는 악임을 작가는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