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보지도 못한 태평양전쟁 관련의 그 풍부한 사진과, 그것으로도 만족스러운데 초대형 지도 및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각종 지도 자료가 총망라되어 있는 듯한 느낌의 책이다. 이번 9권에서는 패전이 드러워지는 일본군의 처절한 상황을 담았다. 미국의 본토상륙은 불보듯 뻔하고 게다가 소련과의 상호불가침 조약의 갱신도 이루어지지 않아 일본의 운명은 더더욱 구석으로 몰린다. 미국과의 태평양전쟁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포츠담선언을 무시하면서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일본의 육군. 좀 더 나은 방식으로 강화조약을 맺으려는 해군. 이 둘의 충돌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나타나 있다. 어디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자료들이 즐비하다. 태평양전쟁을 밝히는 가장 유익한 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국은 미드웨이 해전으로 인해 승기를 잡아 줄기차게 일본을 몰아 부쳤다. 일본은 그 미드웨이 해전 이후 이렇다 할 승리하나 없이 계속해서 밀리기만 한 것이다. 과달카날 전투로 미국과 실질적인 직접적인 형태의 전쟁을 치룬 일본은 그 이후 산호해 해전 으로 호각을 이루는가 싶더니만 이내 괴물스런 미국의 물량에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정신력을 강조하는 일본이라 하지만 결국 물량 앞에선 정신력은 아무것도 아닌 셈이 된 것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서양의 물량과 전시관례 앞에서 무작정 정신력만 앞서면 모든지 다 이룰 수 있다는 무식한 동양의 가치는 그렇게 무너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