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참 서글프다. 우리는 근대화를 겪으면서 서양 문명의 세례를 정신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았고, 그 나마 우리식으로, 또는 우리의 자각으로서 대응했다기 보단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뒤틀려 버렸다. 제국주의 서구의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 각국이 그러하든, 우리 역시 우리의 문화를 서구의 것에 빗대어 비판하고 비난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구는 옳고 우리는 옳지 못하다는 식의 도식이 자기도 모르게 성장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역설적으로 서구의 시선에 의해 발견되고 있다. 건축분야도 마찬가지여서 우리의 전통건축양식은 구식으로 치부받아 철거해 버리고 그 자리에 서양식 건물이 즐비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건물을 헐어 버리는 데에 익숙하다. 그리고 새로운 건물을, 몰개성적인 건물을 그 자리에 다시 짓는데 익숙하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가 담긴 건물들이 무분별하게 부서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과 애착심을 담았다. 역사는 남아 있지만 그 역사를 간직했던 수많은 근대 건축물들이 어떻게 무서지고, 훼손되고 했는 지에 대한 또 다른 기록과도 같은 책이라 하겠다. 굉장히 유익하고 재미가 있다. 어려운 학술서나 이론서 같은 분위기가 결코 아니다.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건축물에 대한 깊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