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기 저기서 오래된 건축물 부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새파란 유리로 뒤덮어 세련되게 생긴 높다란 건물이 올라간다. 개성이 없다. 여기 저기 다 똑깥이 생긴 것 뿐이다. 우리는 유럽을 좋아한다. 유럽 여행 가면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다느니, 시대를 거슬러 중세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떠들어 댄다. 하지만 정작 그 의미를 모른다. 유럽이 동화 같은 것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동화가 서양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그 속에 있는 그림과 인물들은 죄다 서양인, 유럽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서도 동화하면 으레 유럽의 마을, 동네, 건물 등이 뇌 속의 화학작용에 의해 자동적으로 도식화 되어 버리는 것이다. 또한 유럽을 여행하면서 중세의 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네들, 유럽인들은 우리처럼 옛것을 부수지 않고 보존하고 지켜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옛날 건물들을 헐고 유리로 된 몰개성적인 새 건물을 올린다면 지금처럼 관광객들이 많겠는가. 그리고 그런 여행자들이 그런 건물을 보면서 중세에 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조선시대의 아름다운 건물들, 일반인들의 기와집, 초가집을 잘 보존했더라면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옛날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라고 감탄할 것이다. 이 책은 근대 건축물을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옛 건물들에 대한 애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