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의 몽환적인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 검은 배경 위에 배치된 세 쌍의 칼들은 가까이 혹은 약간 멀리에서 저마다의 만화경을 해하려는 듯 들이대면서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천사의 나이프> (2009, 야쿠마루 가쿠 지음, 황금가지 펴냄)는 밀리언셀러 클럽의 98번째 작품으로, 일본의 아동범죄를 배경으로 길고 긴 이야기를 펼쳐낸다. 

생후 5개월된 딸아이와 함께 있던 아내 쇼코가 중학생 3명에 의해 칼에 찔려 죽은지 어언 4년이 지났다. 가해자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소년법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어, 살인이라는 중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교도소가 아니라 소년원에서 집체교육 정도를 받고 풀려난다. 
아이들은 환경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중대한 처벌보다는 앞으로의 갱생을 위한 교정과 보호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소년법의 취지라고 한다. 2001년에 소년법이 개정되면서 '피해자 등에 의한 기록의 열람 및 등사'라는 조항이 더해져서 그나마 완화되었지만, 피해자인 히야마는 그런 미온적인 처벌과 무조건적인 보호에 반발하면서도 법과 사회 전체에 저항할 수 없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쇼코를 죽인 중학생 3명 중 한 명이 피살되면서, 그리고 그를 추적해 나가던 중 또 한 명이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뜻밖의 국면으로 전개되고, 그들의 삶을 둘러싼 거대한 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소년법의 문제점을 아동의 가소성과 범죄의 계획성과 연계해 깊게 파헤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점을 높게 산다. 사회파 소설이면서 정통 미스터리로 분류된다는 뒷 표지의 말도, '에도가와 란포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것도 이해가 간다. 빠른 진행과 심리 묘사도 볼 만하다. 
그러나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 아쉽다.
주인공 히야마와 함께 한바탕 피비린내 나는 달리기를 하고 온 느낌이다. 어떤 것이 죄를 범한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일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