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11월 1일에 육당 최남선 선생이 19세의 나이로 <소년>지에 발표한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우리나라 동시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2008년은 한국 동시 100주년이었고, 그를 기념하여 우리나라 유일의 동시 전문지인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한국 동시 문학사에 빛나는 동시 100편을 선정하는 기획을 했다. 동시인과 아동문학평론가들에 의뢰하여 가장 애호하거나 애독하는 동시를 추천받았고, 이들을 선별하여 100편을 엮은 것이 바로 <한국동시 100년에 빛나는 동시 100편> (2008, 오늘의동시문학 엮음, 예림당 펴냄)이다.

노르스름한 종이에 삐뚤빼뚤 손으로 쓴 듯한 글씨체의 제목, 그 아래 넉넉하게 띄어 쓰여진 본문은, 간간이 삽입된 삽화와 함께 동심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동시는 뭐니뭐니 해도 소리 내어 읽어야 제 맛. 참 오랜만에 동시를 읽는 시간을 가져 본다.
동시라는 장르를 참 오랜만에 만났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앞두고 교과서가 지급되면 가장 먼저 읽던 것이 국어책이었는데, 그 안에서 만났던 동시들이 낯익은 시인의 이름들과 함께 기억 속에서 반짝였다. 그리고 음악책에서 동요의 가사로 만났던 낯익은 글들도 반짝이고 있었고, 고전문학 시간에나 배운다고 생각했던 동시조도 어렵지 않게 읽히고 있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한국 동시 100주년의 길 위에는 수많은 동시의 꽃들이 피어' 있다고 말하면서, '그 꽃들 가운데 탐스럽고 향기 있는 꽃 중의 꽃 100송이를 가려 커다란 동시의 꽃다발을 묶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록에서는 동시가 쓰여진 시대별로 특징을 구분하는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님의 글이 실려 있어서, 우리나라 동시의 변천사와 대표 시들을 알 수 있었다. 문학 작품은 작가 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쓰여진 시대 상황까지 알아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록을 읽음으로써 동시의 분위기와 의미를 더 깊이까지 알 수 있었다. 리듬에서 이미지로, 또 의미로, 다변화로 점진적으로 변화한 동시를 통해 우리 시대의 동심이 형상화되었다고 보아도 좋겠다.
참 오랜만에 읽은 동시에서는 예스러운 향기도 풍겨 나왔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보편적인 정서가 많이 들어 있어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