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우리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지식이지만, 학문이라고 생각해서 거리를 두게 되면 생활에 접목해서 생각하기가 꽤 어려워진다. 수학이며 물리학, 지구과학 같은 학문처럼 말이다. 그래서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실생활에 접목해서 풀어 써 주시는 것이 참 반갑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 (2013, 박정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처럼 말이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의 저자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전문연구원으로서 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학과 산업디자인은 전혀 다른 분야인데 그 도전이 대단하게 느껴지며, '배워서 남 주자'라는 신조를 통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쓰인 것이 이 책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의 개념을 문학과 영화, 음식, 예술과 미디어, 인물, 역사 속 경제와 금융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한다. 카테고리 안에 속하는 키워드들도 아주 대중적이어서, 문학 파트에서는 스크루지 영감이 주인공인 <크리스마스 캐럴>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또 <80일간의 세계일주>, 얼마 전 영화로 개봉되었던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든다. 인물 속 경제에서는 공자, 모차르트, 에이브러햄 링컨, 빌 게이츠, 뭉크, 베이브 루스 등이 나와서, 경제학자인 슘페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초등학생도 알 만큼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역사 파트가 약간 어렵기는 하지만, 이런 대중적인 키워드를 기반으로 경제 개념을 설명하기 때문에, 경제 개념에 대한 어려움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럼 책 내용 중에서 영화로, 뮤지컬로, 책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 있는 <빌리 엘리어트>를 보자. 아버지가 배우라고 한 권투 대신 발레에 빠진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만, 로열발레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오디션을 받기도 어려울 정도다. 아버지가 광부로 일하고 있는데 광산의 파업이 벌써 1년째에 접어들고 있어서 가정형편이 어렵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엄마가 치던 피아노를 부숴서 땔감으로 써야 할 정도이고, 굶는 것이 다반사이니 말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1984년에서 1년간 진행된 영국의 광부 파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1942년 윌리엄 베버리지가 제출한 '베버리지 리포트'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1940년대에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사회보장과 노동조합이 강화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치게 되어 '영국병'으로까지 이어졌다. 1979년에 시작된 대처 총리의 보수당 정권은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했고, 그중 하나가 석탄산업의 개혁이었던 것이다. 이 파업이 광부의 패배로 끝나면서 영국에는 자유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경제 이론에는 땀과 눈물이 담겨 있지 않지만, 경제 이론을 들여다보면 땀과 눈물이 생겨나게 된 맥락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활성화되기 시작한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경제 지표를 보고, 빌 게이츠에게서는 당시까지 '자유재'로 여겨졌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돈을 내고 사야 하는 '경제재'로 전환한 업적을 설명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다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의 10배 이상을 받았는데, 저자는 이를 통해 '전용수입'과 '경제적 지대'를 설명한다.

 

기반으로 하는 사례가 낯익다고 해도 경제적 개념에서 쓰이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자는 조근조근 쉽고 넓게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에 편하다. 흑백이긴 하지만 꽤 포함된 시각 자료들도 숨 돌릴 틈을 준다. 이렇게 보면 경제는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으며, 경제를 알수록 우리는 더 합리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