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그림들은 저마다의 내용과 의도를 담고 있을 텐데, 그 해석법을 알지 못하니 눈 뜬 장님처럼 막막하게 그림을 대하고 있다. 굳이 해석하려 들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느껴지는 대로 느끼면 된다고도 하지만 주제며 소재며 의미를 낱낱이 분석하려는 해묵은 입시 교육의 여파 때문에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종교나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 같은 경우에는 그림 안에 등장하는 소품 하나, 인물의 동작 하나, 색깔 하나까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낱낱이 분석하는 것이 꼭 필요하기도 하다.

 

<그림 너머 그대에게> (2012, 이주향 지음, 예담 펴냄)에는 사랑, 생명과 신비, 마음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 안에 48점의 그림을 모아 놓고서 이 그림들을 통해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철학 박사로서 현재 수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그간의 책에서 운명, 철학, 사랑, 치유의 키워드를 풀어낸 바 있다. 이번 '세상 속 당신을 위한 이주향의 마음 갤러리'는 그림을 매개체로 하여 마음 치유를 돕는다.

널리 알려진 피그말리온의 신화를 그림으로 그린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에서는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환상 속의 그대'가 아닌, 진짜 현실의 사랑을 하라고 권한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에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던 힘든 운명을 꺼내어 직시함으로써 내 속의 두려움과 불안과 화해하라고 말한다. 그림은 우정과 사랑, 상처, 고독, 스승, 고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형상화시킴으로써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야기의 중심 소재가 되는 48점의 그림들 외에도 같은 대상을 그린 다른 화가의 그림들, 또는 같은 화가의 다른 그림을 함께 싣고 있어서 비교해서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프롤로그의 제목인 이 글귀는 이전에도 가끔 접했던 것인데, 저자가 풀어서 이야기하는 그림 설명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 간간이 포함되는 시와 문학 작품, 저자의 삶, 그리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철학적인 설명 또는 조언을 듣고 나면 어느새 그 글귀가 내게도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사랑과 생명, 신비, 마음을 담은 이 그림들이 '한쪽 문'을 여는 손잡이가 되어 주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하며, 그림과 마음에 대한 화사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