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로마 사람이 쓴 책의 교정을 하다 보니 책에 나오는 포로 로마노라든가 아피아 가도, 산탄젤로 성, 바티칸 성당 등이 정말 궁금해졌다. 얼마 후 독특한 인물 묘사로 잘 알려진 카라바조의 책을 읽을 때도 그가 활동했던 이탈리아 로마의 묘사가 나와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현실적으로 가 볼 수 없는 곳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의 묘미이다.

<시크릿 EUROPE> (2011, 정기범 지음, 시공사 펴냄)은 손이 큰 편인 사람이라면 한 손에 들어올 만한 작은 판형이다. 600페이지에 달하지만 종이가 얇아서 책 자체는 두껍지 않다. 그래서 여행가방 안에 넣어도 부담이 되지 않을 크기와 무게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파리에서 광고 공부를 마치고 저널리스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소개란에 나와 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매체들에 유럽 문화와 여행 관련 컨텐츠를 제공했다고 하고, 유럽, 도쿄, 파리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낸 바 있다.

'시크릿 시리즈'는 '스타일 여행'을 주제로 한 시리즈이기 때문에, <시크릿 EUROPE>에서는 유럽 전반을 다루지 않았다. Intro에서 예술, 음식, 호텔, 쇼핑 아이템, 약국 화장품, 시크릿 아이템, 프랑스 레스토랑, 런던 뮤지컬이라는 키워드로 여러 항목을 소개한 다음,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로마, 체코 프라하라는 네 개의 도시에만 집중한다. 도시 하나만 해도 책이 몇 권 나올 수 있는 곳들이니, 선택과 집중을 적용하는 것도 현실적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디자이너들의 의상실, 미슐랭 가이드 별 3개의 쉐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작가와 화가 등이 만들어간 역사가 담긴 카페와 술집, 교과서에서 본 그림들이 걸린 미술관 등이 한 도시 안에 모여 있으니 다른 도시에 눈이 돌아갈 틈이 없겠다.

 

'삶의 여유가 도시 전체에 배어 있어 누구나 로맨틱한 산책자가 되는 파리, 디자인과 패션의 감각이 느껴지는 런던, 고대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로마, 낭만 가득한 분위기에 금세 친해지는 프라하'라는 한 문장으로 이 책에 실린 네 도시의 색깔이 분명해진다. 여유, 패션, 역사, 낭만이라는 키워드 중에서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택한 다음, 이 책을 참고한다면 그 도시를 꼼꼼하고 확실하게 알아갈 수 있겠다.

 

다른 도시들도 그렇지만, 해묵은 궁금증 때문에 로마 편에 집중해서 보았다. 그래서 마침내 포로 로마노, 아피아 가도, 산탄젤로성, 바티칸 시국, 산 피에트로 대성당, 포폴로 광장 등을 보았다. 트레비 분수와 진실의 입, 판테온 등도 이제 낯설지 않다. 책 속의 활자였던 존재가 3차원의 입체로 세워진 느낌이다.

 

여행의 추억은 어딜 다녔는가보다 무엇을 보았는가, 누구를 만났는가가 좌우할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 문화와 스타일의 향유라고 한다면 '시크릿 시리즈'를 택하는 것도 좋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