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공부한지 20년이 넘었으나 영어 공부의 강도나 몰입은 때마다 달라서 제대로 공부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작년에 뉴토익 시험을 볼 일이 있어서 말하기와 작문이 시작되기 전에 본다고 부랴부랴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문법과 관련된 RC, 역시 문법이 바탕이 된 LC 모두 아직까지는 할 만 했다. 900점대 후반의 점수를 얻었으나, 말하기나 쓰기는 전혀 못하는데, 그 주된 이유가 어휘력 부족과 전치사 문제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그냥 휙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영어도 입 밖으로 나가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제목으로 삼았다는 <애로우 잉글리쉬> (2008, 최재봉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전치사 바로잡기 편은 제목 그대로 전치사의 바른 의미와 사용법 설명에 전부를 할애하고 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때는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영어를 배웠다. 영어 선생님이 탁자를 하나 그려 놓고 탁자 윗면에 놓여 있으면 on, 공중에 떠 있으면 above, 바닥에 붙어 있으면 beneath, 아래에 떨어져 있으면 below라고 설명하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식으로 전치사가 들어있는 수식어구부터 한 문장으로 해석하는 숙제도 많이 했다.

그런데 저자는 그처럼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고 나서 수식어구부터, 즉 뒤에서부터 앞으로 해석해오는 방식으로는 직독직해, 직청직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말은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이다. 암기 과목으로 영어를 대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어에서부터 가까운 순서대로 단어를 늘어놓는 단순한 법칙을 알고, 단어 순서대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지금껏 우리를 헷갈리게 했던 전치사들을 완전하게 쓸 수 있도록 가르친다. 그 도구로써 시각적인 사진, 또는 동영상을 활용한 학습법을 소개한다.

책은 총 19강으로, for, with, by, in, to, out of, between, above, against, across, around, on, off, from, over, among, away, after, beside, down, up, outside, about, between, under의 25가지 전치사를 이야기한다.

A for B는 B를 위해서가 아니라 'A가 목표로 하는 것은 B'의 뜻을 갖고, A with B는 B와 함께 하는 A가 아니라 'A와 함께 하는 것은 B'의 뜻을 갖는다는 설명처럼, 뒤에서 앞으로가 아닌 앞에서 뒤로 해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어인 주인공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퍼져나가는 수식어구들은 문장의 확장이 용이하기 때문에, 직청직해, 직독직해에는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그러나 번역문처럼 한 문장으로 해석해야 할 때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전치사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경우 그 설명이 약간 달라서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잠깐 든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본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전치사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함과 동시에, 빠르고 정확한 이해가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