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때 이과냐 문과냐 하는 계열을 선택하게 된다. 주로 자신이 잘 하는 과목을 위주로 하여 계열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많은 학생들에게 키포인트가 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은 이과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문과로 갈렸다. 나는 수학을 잘 하지 못했지만 암기 과목을 싫어하는 바람에 이과를 선택했고, 그래서 수학 시험을 볼 때마다 진땀을 빼야 했다. 도대체 실생활에서는 쓰이지도 않을 미분과 적분, 2차와 3차 곡선 등을 왜 배워야 하는 것일까?
지금도 더하기와 빼기, 곱하기만 하면 별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으니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만을 바라보는 내 생각이었을 뿐, 과학 기술의 거의 모든 곳에는 수학이 바탕이 되어 실행되고 있었으니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2010,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살림Math 펴냄)을 보면서 그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도쿄공업대학교 세계문명센터의 회원이며 '사이언스 내비게이터'로서, 주변의 친숙한 사물이나 수학자들의 인간 드라마를 통해 수학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사이언스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펼쳐 왔다고 책 날개의 지은이 소개에 나와 있다. 
'수학시험 볼 때만 써먹는 수학공식 대체 왜 배우는 걸까?'라는 아주 와닿는 의문을 제시한 후, 저자는 책 안에서 지수와 로그, 삼각함수, 진법, 인수분해와 소수, 비율, 단위, 미적분 등 수학에서 배우는 많은 함수들에 대해 고루 다루고 있다. 
고대에는 천문을 관측할 때, 중세에는 대항해시대 때부터 식민지를 개척할 때 현실적 목적에 따라 거리와 위치를 측정하는 분야가 발달하였는데, 그에 사용된 분야가 지수, 로그, 삼각함수 등이었으니 그 역사는 꽤 길다. 그 지수, 로그, 삼각함수는 이제 우주에 띄운 인공위성을 활용한 GPS로 사용되고 있으니, 내비게이션 없이는 모르는 길을 갈 엄두를 못 내는 내게 정말 감사한 기술이다. 
컴퓨터가 이진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이 책에서는 조금 더 들어가서 이진법의 계산과 각 회로의 구성을 설명하고, 인터넷 사용 시 필요한 암호의 보안에 대해서도 꽤 많은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스토리텔링과는 담을 쌓은 학문으로 보이는 수학에 이처럼 많은 역사와 학자와 사실이 담겨 있는 것을 알고 나니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와 배경을 담은 이야기까지는 흥미로웠는데, 실제로 수식이 등장하여 계산을 하기 시작하자 머리가 아파지는 것이 아무래도 고등학교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그래도 우리의 삶에서 어떤 부분에 어떤 수학의 기술이 쓰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막연하게 학문으로만 대하던 수학을 좀 더 가까이 느끼는 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