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가짜임이 드러난 이후로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대한 오류와 진실에 대한 책이 몇 권 나온 적이 있다. 학교 교과서에 등재될 정도로 뛰어난 업적을 낸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선택하고 수정하고 가공함으로써 학자로서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들을 했음에 놀라는 동시에, 그런 사실이 발각되지 않고 그동안 묻혀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런 놀라움은 <세계사 오류 사전> (2010, 조병일, 이종완, 남수진 지음, 연암서가 펴냄)을 읽으면서도 새록새록 더했다. 

이 책은 2007년 8월에 지오북스에서 펴냈던 책을 이번에 연암서가에서 다시 펴낸 것이다. 가나다 순으로 인명, 지명 또는 사건을 목록화하여 우리에게 알려진 것을 이야기하고 그 진실을 다시 이야기한다. 각 꼭지로 들어가면 그 키워드를 적은 아래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항목을 이야기하고, 그 키워드에 관련된 어록을 들었다. 페이지 끝 윗부분에는 그 사건이 일어난 해와 장소, 또는 그 사람이 활약한 시기와 장소 들을 회색 박스로 묶어 명시했다.

인도를 식민지로 했던 영국의 통치에 반대하며 비폭력 평화투쟁을 벌임으로써 우리에게도 커다란 희망과 동질감을 주었던 마하트마 간디가 비폭력 평화주의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첫번째로 등장하여 포문을 열었다. 다음편은 지동설을 주장한 탓에 가톨릭으로부터 이단으로 종교재판을 받았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삶이 재조명되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중 가장 핵심인 부분은 자신의 말이 아닌 웹스터의 말이었고, 루비콘강을 건너면서 카이사르가 했던 "주사위는 던져졌다'도 그가 처음 한 말이 아니라는 것 등 흥미로운 세계사의 한 장면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그 중에서 십자군전쟁은 성전이 아니었다는 것, 만리장성은 달에서 육안으로 볼 수 없다는 것, 니트로글리세린은 노벨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는 것, 드라큘라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었다는 것, 워싱턴의 정직은 조작된 일화라는 것 정도만 알 뿐 나머지는 정말 생소한 내용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지금껏 견고하게 자리잡은 거짓들은 이미 그 의미까지 더해져 있어서, 과연 사실이 거짓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각 꼭지마다 참고한 문헌들이 나와 있어서, 더 궁금하다면 그 책을 찾아보면 되겠다. 세계사를 배우는 이들이라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더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