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며 주말농장 붐이 한창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철길 옆으로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 비어 있는 자투리 땅들이 있는데, '경작 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빽빽하게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그 옆을 지나다니다 보면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키우거나, 수확을 하거나 거름을 주는 등 참 다양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종류도 다양하게 자라는 채소들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텃밭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은 텃밭을 꾸밀 만한 땅이 없는 이들을 위해서 베란다 농사라든가 컵채소 같은 것들을 다룬 책도 나왔으니, 의지만 있으면 텃밭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행복을 일구는 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2012, 조우상 지음, 치우 펴냄)는 이런 소일거리식 텃밭 농사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젊은 농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가 귀농하기 전에 했던 일은 기업광고-홍보영상 연출과 프로듀서 일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믿는 것과 주어진 일 사이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다가 저자는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귀농을 택했다고 한다. <행복을 일구는 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에는 그런 그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그가 귀농을 택한 후 공부한 '선배 농사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우선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5% 남짓이라는 무서운 사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장 좌판에서 할머니들이 파시는 나물도 중국산이 상당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늘이며 고추며 쌀이며 온갖 농산품의 수입 자유화가 타결될 때마다 농부들이 시위를 하는 것을 TV에서 보기도 했지만, 당장 내가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식량이 무기화되면서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못사는 나라들이 더 굶주리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

이렇게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씨앗을 틀어쥐고 있는 다국적 종묘회사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더욱 심각해진다. 저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농우 바이오 한 곳을 제외하고 거대 종묘사들이 몬산토, 신젠타 같은 다국적 식품기업 소유이고, 그들의 이익에 따라 개발된 'F1' 종자들 때문에 생물학적 다양성은 물론 농가들의 자주성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씨와 관련한 이야기는 예전에 <촌놈, 쉼표를 찍다> (2011, 송성영 지음, 삶이보이는창 펴냄)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책의 초반에는 이처럼 저자가 귀농하게 된 계기, 농업의 중요성,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고 겪은 점 등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중반에는 저자가 귀농을 준비하면서 책으로, 실제로 만나서 배운 '선배 농사꾼'들을 소개한다.

농약과 화학 비료 없이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10년 만에 결실을 얻은 <기적의 사과>의 기무라 아키노리 선생, 땅을 갈아 엎지 않고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태평농법'의 이영문 선생, 프랑스의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선생이 그들이다. 이들이 이룬 것과 주장을 책과 인터뷰 등으로 읽다 보면 사람과 자연을 더불어 사랑하는 유기농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마지막은 '실천'이다. '적정 기술'에 대한 관심, '로컬 푸드' 및 유기농 제품 소비, 텃밭을 통한 '도시 농부'로서의 삶을 제안한다.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는 농업과 농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런 관심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초보 농부로 살아가면서 겪은 에피소드 및 여러 농작물들의 생명력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 나니 그런 개인사보다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시 생활에 실패해서 농촌으로 떠밀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농촌을 선택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겠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90%를 차지하는 도시 사람들이 농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는 것이겠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젊은 농부'들이 태어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활발하게 들려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