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의 철학자들에 대해 소개하는 책을 교정했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부르디외 편이었는데, 부르디외는 대학 입시의 한 과목으로 들어가는 논술이 '부자 동네 아이들에게 유리한 대표적인 부르주아 활동'이라고 꼬집었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은 정반합의 논리에 따라 대화하는 부모님의 고상한 담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이미 논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다. <세계가 모셔 가는 인재로 만들어주는 그물망 공부법> (2012, 조승연 지음, 나비 펴냄)을 읽으면서 부르디외의 생각이 절로 났다.

 

저자는 경력이 아주 화려하다.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미국 유학길에 오른 어머니를 따라 14살에 미국에 갔고,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을 다니면서 미술사를 복수 전공했고, 줄리아드 음대에서 '음악이론과 비평' 야간 과정을 수학했으며, 프랑스 소르본대학 문화어학원,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귀국해서 군대에 다녀왔고, 지금은 국내에서 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여러 분야의 기획 및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것을 배우고 그것을 그물망처럼 엮어 커다란 체계를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이 <그물망 공부법>에 있다.

저자는 '그물망 공부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그물망 공부법은 옛 유럽 귀족 자제들의 공부법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가장 짧은 기간에 감성과 예술적 안목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을 하나로 연결해서 방대한 지식으로 확장해 전공의 경계를 없애는 토털 인텔리로 만들어주는 공부법이다. (38쪽)

에스파냐 안달루시아의 철학자·신학자·법학자·의사·수학자인 아베로에스,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과학자·기술자·사상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프랑스의 수학자·물리학자·철학자·종교사상가인 블레즈 파스칼 등 다양한 학문을 깊이 있게 구사했던 이들이 그물망 공부법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그물망 공부법> 1장에서 '그물망 공부법'이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설명한다. 그다음에는 그런 지식 그물망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예술적 감촉, 즉 감성과 상상력, 예술적 안목, 문화적 자긍심을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많이 보고 듣는 것,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 연애할 때 같은 기분으로 공부에 매혹되는 것, 스토리텔링으로 지식을 엮는 것을 통해 공부 그물망의 기초 공사가 완성된다. 그러고 나서는 이렇게 구축한 공부 그물망으로 토털 인텔리가 되는 것만 남았으니, 컴퓨터 게임이며 파티, 여행 등 생활의 모든 면이 공부 그물망을 넓히고 깊게 하는 토털 인텔리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1장 '부는 공부법을 통해 대물림된다' 꼭지의 내용과 수미상관을 이룬다.

 

모든 과목을 주입식으로 암기하며 대학 입시에 목을 매고, 대학 들어간 후에는 학자금 해결에다 스펙 쌓기에 급급한 우리나라 실정에서 저자의 성취와 이야기는 참 이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자질이 워낙 뛰어나기도 하지만, 만약 어려서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싶은 의문도 생긴다. 어쨌든 국경이 사라지고 지구촌이 된 세상에서 경쟁력을 갖고 여유와 성취감을 누리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안하는 토털 인텔리가 될 필요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아이가 예술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겠다는 점과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어야겠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스스로 공부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고, 언젠가는 토털 인텔리로까지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흥미로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이라는 각 과목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큰 시야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