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스마트폰을 산 이후로 지금까지 몇 개월간 빠져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스스로를 '소셜 경영 게임'이라고 설명하는 이 게임은, 가게를 오픈해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게임이다. 레벨이 올라가면 음식의 종류가 많아지고, 쉐프와 웨이터 고용 가능 인원이 늘어나며, 살 수 있는 인테리어 용품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레벨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한낱 전화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는 하지만 바닥과 벽지, 소품 같은 인테리어며 동선에 따른 식탁의 배치, 인원 고용, 음식을 만들 때 드는 재료비와 소요 시간, 경험치, 계절별 특별 메뉴 등 이것저것 결정할 것이 꽤 많아서 흥미롭다. 이 게임을 하면서 실제로 식당을 경영하는 것의 새 발의 피만큼은 경험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4천만 원으로 작은 식당 시작했습니다> (2011, 김옥영, 강필규 지음, 에디터 펴냄)는 실제로 식당을 창업하기 위한 준비에서부터 시작하여 창업 후 2년간 운영하기까지의 경험을 순서대로 담은 실전 식당 창업기이다. 출판사에서 일했던 아내와 요리사인 남편이 힘을 합해 39살에 창업한 가게가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2nd 키친'이다. 환하게 불을 밝힌 간판, 가게 전면을 덮다시피 한 유리, 하얀 벤치와 자전거, 가게 안을 채운 따뜻한 노란 불빛이 눈에 띄는 이 가게는 '카페 분위기의 편한 밥집'이다. 남편이 요리사이기 때문에 식당을 여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하루 2000명의 손님을 치러 내는 식당의 요리사로 일하는 것과 10평짜리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한다. 

<4천만 원으로 작은 식당 시작했습니다>는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고 마침내 식당을 차리기로 결정한 부부가 창업 자금을 마련하는 것부터 점포 위치 결정하기, 행정 절차, 콘셉트 정하기까지 식당 창업을 위한 준비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다음에는 실전으로 들어가서 인테리어, 설비, 메뉴와 가격, 개업과 손님이라는 '작은 식당 만들기' 항목이 이어진다. 마지막은 '가게를 운영하는 법' 파트에서 영업 시간과 휴일 정하기, 직원과 사장에게 필요한 덕목, 홍보, 자영업자로서의 삶, 가게 키우기까지 알찬 내용이 들어 있다.

 

돈이 많았다면 하지 않았어도 될 고민과 수고를 하지만, 그 덕분에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 주셔서 배울 점이 많았다. 식당을 하려는 마음을 먹었다면 이 책을 들고 매 시기마다 체크하며 꼼꼼히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삶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 주어서 '사장'이라는 직함의 거품을 걷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파워풀한 홍보 도구인 블로그 마케팅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식당을 포함해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사람 사는 온기와 성실함을 지닌 이 '두 번째 부엌'이 잘되어서 다음에는 '분점 내는 법'에 관한 책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분들이라면 초심을 잃지 않을 거라 믿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