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하면 가로 줄무늬 죄수복을 입은 죄수 둘이 알카트라즈 감옥을 탈출하던 옛날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표지의 푸른 색 나비가 환상적이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제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다. 바로 개의 품종 중 하나로서 말이다.

백과사전에 보면 '파피용'은 '16세기경에 프랑스에 반입되어 왕실의 여인과 귀족층의 사랑을 받았다. 스패니얼계(系)의 견종이며 체형과 몸을 덮고 있는 긴 털로 보아 북방 스피츠계의 혈통이 섞였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귀가 나비처럼 생겨서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파피용'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고야, 루벤스, 반 다이크 등 여러 쟁쟁한 화가들의 그림에 출연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파피용> (2011, 데니스 프라이드 지음, 뜰북 펴냄)의 책 표지에 나오는 이 강아지가 바로 파피용에 속하며, 프랑스 파리의 수호 성인의 이름을 따서 '주느비에브'라고 불리는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주느비에브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세상아, 내가 태어나서 좋지?'라는 깜찍한 제목의 꼭지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강아지는, 엄마 개 클로에에게서 태어나서 생후 2주 만에 눈을 뜨고 세상을 둘러본 암컷이다. 브리더(동물 사육자)인 샤론에게서 데니와 카트리나에게 판매된 후, 데니와 카트리나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주느비에브는 새 집에 와서 적응하고, 물기와 숨기 등 문제 행동에 대해 교정 교육을 받는다. 애견 마켓에서 쇼핑을 하고, 운전할 때 운전자의 무릎에서 운전을 돕고, 산책을 하는 등 일반적으로 집에서 길러지는 강아지들이 할 만한 일들이 나열되어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런데 스스로 고귀하고 똑똑하다고 믿는 강아지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꽤 재미있다. 특히 후반부에 가서 개와 인간의 위치가 거꾸로 된 이야기, '인간을 제대로 고르는 법', '반려인간의 지적 능력 시험하기'가 흥미롭다. 미국에서도 정치가에 대한 혐오가 상당한가 보다 생각하면서 실실 웃었을 정도이다. 디어 애비 칼럼 같은 '주느비에브에게 물어봐'까지 총 스무 꼭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개를 키운다고 보았던 지금까지의 생각 대신 정말 개가 사람을 키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자는 철학과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교사, 마케터뿐 아니라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단다. 어쩐지 이야기가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 않지만 한 마리 들여오고 싶어질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