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파춥스를 입에 달고서 해저처럼 어두컴컴한 방에서 응급실 병상에 연결된 열두 대의 모니터를 종일 들여다보는 의사가 있다. 피투성이 장군이라는 ’제너럴 루주’로 불리는 구명구급센터 하야미 부장이 바로 그다. 정교하게 만든 헬리콥터 모형을 책상 위에 올려둔 그는 누구인가.

이야기는 노래하다 쓰러진 가수 사요코를 싣고 가는 앰뷸런스와 그에 동승한 기사라기 쇼코의 숨가쁜 상황으로 시작된다. 응급실이 모두 차서 수용할 수 없다는 병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신참인 처지에 병실을 이동하여 환자를 수용하게 만드는 기사라기의 모습은, 지금껏 보던 수동적인 간호사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VIP를 수용하기 위해 비워둔 극락병동에 입원하게 된 알콜중독 가수 사요코는, 극락병동 특실, 즉 도어 투 헤븐에 깃들인 가릉빈가라는 의미있는 상황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도조대학 의학부에는 신경내과 만년 강사이자 부정수소외래를 책임지는 다구치 고헤이 선생이 있다. ’바티스타 스캔들’ 이후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맡게 된 그에게 ’구명구급센터의 하야미 부장이 모 의료 대리점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투서가 들어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에식스 커미티와 충돌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진 하야미 부장과 하나부사 간호사장, 기사라기 쇼코 등 구명구급센터 세력, 다구치와 병원장이 이끄는 중립 세력, 에식스 커미티의 누마타와 곤도 주임, 미후네 사무장 등 제너럴 루주에게 반감을 가진 이들 등 병원 내의 세력 다툼은 투서 해결과 맞물려 첨예하게 드러난다.

그러던 와중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석유 콤비나트가 폭발하고, 그 인근에서 개장한 쇼핑몰에까지 불이 옮겨붙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사고가 일어난다. 하야미 부장에게 제너럴 루주라는 별명을 안겨준 10년 전의 대형사고와 맞먹는 참사, 수뢰를 인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하야미 부장은 예전의 명성대로 이번에도 이 사태를 멋지게 해결한다. 그리고 나서 병원을 떠나는 하야미 부장의 멋진 모습 뒤에는 또 한 사람이 함께 한다.

미국 드라마인 <ER>, 말 그대로 응급실에는 끊임없이 실려오는 피투성이, 의식불명, DOA(death on arrival) 등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와, 이들을 대하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져서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조지 클루니, 노아 와일 등 잘 생긴 의사와 예쁜 간호사들이 즐비해서 눈도 즐거웠다. 그러나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서는 한정된 예산과 적자 행진에 밀려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로서의 책임을 뒤로 물려야 하는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한때 의대 진학을 꿈꾸었던 터라 의학 드라마나 영화, 책을 남 일 같지 않게 보게 되는 내게, 일분 일초가 급박한 응급실의 상황은 다급했고, 크고 멀리 보는 하야미 부장의 모습은 든든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메디컬 엔터테인먼트'라는 장르로 <제너럴 루주의 개선> (2008, 가이도 다케루 지음, 예담 펴냄)을 읽어 보면 한없이 무겁고 어둡기만 해 보이는 병원을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겠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나이팅게일의 침묵> 시리즈물을 먼저 읽은 후라면 제너럴 루주와 주변 인물들을 좀더 입체적이고 깊숙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니, 전작들을 먼저 읽고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