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트와일라잇>(2008,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북폴리오 펴냄)부터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2009)까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에게 익숙해졌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채 불로불사하는 뱀파이어와, 평상시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다가 위험이나 긴급한 일이 생기면 순식간에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인간이 한 인간 소녀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모습을 두근거리며 바라보아야 했다. 
그 시리즈가 끝난 다음 찾아온 것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지구를 다룬 <헝거 게임> 시리즈였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인종뿐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달로 제조된 머테이션, 흉내어치 같은 존재가 나와서 흥미를 돋웠다. 추진력과 순발력, 카리스마로 억압에서 자유를 이루어내는 캣니스의 강인한 모습을 통해,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느낀 벨라의 무기력함을 상쇄할 수 있었다.

이제 <모킹제이> (2011, 수잔 콜린스 지음, 북폴리오 펴냄)로 <헝거 게임> 시리즈가 마무리되어서 오랜 기다림으로부터 자유로워지나 했는데 또다시 찾아온 시리즈물이 있었으니, 바로 <윙스> (2011,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북폴리오 펴냄)이다. 
<윙스>의 주인공인 로렐은 요정이다. 식물에 속하며, 가을에 태어난 가을 요정으로서 다른 식물들로 만병통치약, 물약, 찜질 약 같은 종류의 약물을 만드는 마법을 지녔다. 어떻게 보면 요정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보다 더 낯선 캐릭터이다. 게다가 로렐은 피터팬 곁에서 날아다니는 팅커벨 같은 요정이 아니라, 피부가 반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고 머리카락과 홍채가 아주 연할 뿐 겉보기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았다. 어느 날 등에 난 뾰루지라고 생각한 곳에서 ’푸른 기가 도는 하얀 꽃잎’이 피어나기 전까지는.

4부작 중 첫 번째 권인 <윙스>에서는 로렐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 데이빗과 숲에서 만난 요정 타마니가 그 과정을 함께한다. 인간계를 완충 지대로 해서 요정과 대립하는 존재인 트롤도 모습을 드러낸다. 본격적인 대결과 로렐의 능력 발휘는 2권부터 나올 예정이겠다. 이야기판이 벌어지기 전에 마중물만 만난 듯해서 아쉽기만 하다.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 같은 별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 존재하는 요정이라는 설정이 새롭다. 현실과 환상이 녹아들어서 일체가 된 세상. 저자가 만들어낸 이 세상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번역이 얼른 되어서 이 기다림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