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종일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는 날도 있다. 현관을 닫으면 아무하고도 소통하지 않고도 몇 날 며칠을 지낼 수 있고, 창밖을 보지 않으면 날씨를 느낄 수 없는 날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어느샌가 각자의 특색이 있는 집이 아니라 다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집 전체의 구조를 바꾼다든가 새로 짓는 등의 변화가 그리 쉽지 않은 대신 그 안에서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거나 가구 배치를 바꾼다거나 해서 분위기의 쇄신을 꾀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것은 <마음이 사는 집> (2011, 사라 수산카 지음, 예담 펴냄)을 읽으면서 내가 사는 집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건축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대안문화 연구가로 책 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더 크지 않게 더 잘 짓자'라는 저자의 모토로 <그리 크지 않은 집The Not So Big House>이라는 책을 이미 낸 바 있고, 이번에 읽은 <마음이 사는 집>은 원제가 'The Not So Big Life'여서 <그리 크지 않은 집>의 후속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마음이 사는 집>에서 건축가라는 자신의 직업상 집 리모델링에 맞추어 인생을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집을 새로 짓는다면 물론 처음부터 꼼꼼하게 목적과 의견에 따라 집을 설계하겠지만, 이미 살고 있는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새로 짓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 집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존 관념과 추억, 익숙한 습관 때문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40년간 몸에 익은 습관과 통념들이 지금까지와 비슷한 삶을 이후로도 이어나가려는 타성을 가져온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 크지 않은 삶', 삶의 속도와 물질적인 성취가 아니라 내적으로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자고 권한다. 집을 리모델링할 때 집의 크기와 공간과 빛과 창과 시선을 모으는 점과 패턴 등을 활용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꿈과 경험과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과 프레임 바꾸기와 명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집을 깨끗이 치우고 정리하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가 눈에 보이니 마음을 먹기가 쉬운데, 마음에 대한 것은 마음을 먹기조차 쉽지 않다. 삶의 태도를 바꾸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한데도, 그 변화의 혼란을 겪지 않으려고 하는 회피 때문이다. 지금까지 40년을 살아왔으니 앞으로 살아갈 날도 40년이라고 본다면, 지금을 기점으로 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말로 직업을 바꾸었으니 이제 인생도 함께 바꾸어볼 때다. '그리 크지 않은 삶'을 위해 이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