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하면 왠지 화려하고 돈을 물 쓰듯 쓰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예전의 '독신'이라는 말이 가진 약간은 외로운 이미지를 '싱글'이라는 외래어가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할까. 파티에 익숙한 세대, 클럽에서 밤 늦도록 부비부비를 즐기는 세대, 여름휴가는 외국에서 보내는 것이 당연한 세대가 내가 파악하는 요즘 싱글의 모습이다. 식사도 당연히 매식이 대다수일 듯하지만, 사먹는 밥에는 정성과 온기가 부족하다 싶어서, 이제는 요리 잘 하는 싱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혼자 만들어 혼자 먹는 서글픔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서 여유롭게 즐기는 싱글의 모습이 필요하다.

'양파 한 망 사기가 망설여지는 싱글을 위해'라는 여는 글의 제목부터 마음을 치는 이 책 <싱글 만찬> (2010, 문인영 지음, 비타북스 펴냄)은 딱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147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담고 있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하고 푸드스타일리스트를 택한 저자는, 다양한 요리잡지와 요리 프로그램의 스타일링, 케이터링 등 푸드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단다. 
책의 초반에는 여타 요리책들에서도 가장 먼저 나오는 요리 상식 코너가 등장한다. 꼭 필요한 아이템과 노하우, 밥과 국, 면, 생선, 채소 등으로 세분한 요리비법노트를 보면 칼라풀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도움이 된다.
2부부터는 마침내 요리하는 시간이다. 2부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밥상요리'는 재료가 대부분 동물성과 식물성 하나씩 해서 두 가지이다 보니 이를 조합하여 세 가지까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한식과 중식, 일식, 양식, 퓨전까지 다양한 방식의 요리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요리를 택하여 간단한 밥상 하나를 그럴듯하게 차리면 되겠다. 3부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일품요리'는 두 가지 재료가 섞여 하나의 요리를 만든다. 2부에 나왔던 두 가지 재료가 그대로, 순서도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밥상 하나를 차릴지 일품요리로 쉽고 푸짐하게 차릴지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4부는 '한 가지 재료로 만드는 재활용요리' 코너로, 싱글이라도 냉장고에 상비할 만한 재료들을 택하여 요리가 만들어진다. 양념으로만 존재하던 파가 4부에서는 대파조림, 파생채, 된장파구이라는 요리가 되고, 당근도 당근맛탕, 당근전, 당근김치 등으로 재탄생하니 조그맣고 예쁜 그릇에 담긴 알록달록 요리들이 예쁘기도 하다.

가정을 꾸렸으니 싱글은 아니지만, 내가 요리를 못하다 보니 우리집 밥상은 사온 밑반찬과 인스턴트 요리들이 판을 친다. 부추 한 단을 사면 인스턴트 부침가루에 부추 송송 썰어넣어 부추전 한번 부쳐먹고는 고스란히 남아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녹아가고, 양파는 어느샌가 제 키보다 큰 싹을 키우고 있어서 파 대신으로 색깔을 내는 것에 쓰기도 했다. 다양한 재료들을 살수록 다양하게 남아서 요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두 가지 재료로 승부한다고 하니 조금 더 부담없이 따라해볼 마음이 든다. 냉장고에서 직행한 차가운 반찬이 아니라, 이제는 갓 요리한 따뜻하고 예쁜 음식으로 아이와 마주앉아 오물오물 밥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