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여행책들을 보면 단기간에 여러 나라를 돌면서 여행지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참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바쁘게 여기저기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현지의 문화를 느끼고 배우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하와이에서는 훌라를 배우고, 스페인에서는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프랑스에서는 요리를 배워보기.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2009,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그런 배움의 절정에 달해 있다는 느낌이다. 2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퓰리처 상을 받기도 한 저자는 여행서를 쓰고 난 후 다시 기자로 돌아가지 않고 '배움, 여행, 글쓰기'의 꿈을 이루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일곱 가지의 배움을 소개한다. 먼저 그는 프랑스 리츠 호텔에서 초중급 쿠킹 클래스를 들으며 순간에 충실한 긴장감을 배운다. 프랑스어와 요리에 능숙하지 않았지만 그런 장벽을 극복하면서 배우는 요리에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계 곳곳에서 온 젊은이들과 요리를 배우는 것은 참 치열하고, 배움이 끝난 후 나누는 삶의 이야기들은 참 글로벌하다. 
그 다음은 스코틀랜드에서 양치기 개 길들이기를 배운다. 앞의 쿠킹 클래스 수강과는 다르게 전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의 혈통을 따라 스코틀랜드에 오면서 고향에 찾아온 듯한 안락함을 느낀다. 같이 짝이 된 양치기 강아지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운 것은 '우리는 아직 어리고 배우는 중'이라는 것. 세상에 산재한 배움 앞에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 어리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푸른 목장에 흰 양들이 점점이 찍힌 목장의 풍경은 참 목가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민박을 치고 경쟁대회에 나가는 등 현실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문화를 배우는 길, 제인 오스틴의 글과 삶을 따르는 영국 윈체스터, 일본 교토의 전통 춤과 다도를 배우는 길, 체코 프라하의 글쓰기 수업 듣기, 프랑스 아비뇽의 프로방스식 정원 느끼기 등 그의 배움 여행은 다채로웠다. 세계 곳곳에서 때로는 전문가, 때로는 초심자의 위치에서 그가 배우는 것들은 배우는 대상 자체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이 함께 빛나는 그런 여행이었다. 집안에서 편히 책을 읽으며 세계 곳곳을 다니는 것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책을 아껴가며 읽을 정도였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고전의 말처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재미있고 보람되다. 저자처럼 글로벌하게는 불가능하지만 아주 소소한 것이라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