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재미있다. 어렸을 때에는 할머니나 엄마가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셨고, 커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에 나오는 그 온갖 신기하고 무섭고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에 빠져서, 지금도 나는 가방에 책을 챙겨 넣어야 마음이 든든하다. 

<기담 수집가> (2009, 오타 다다시 지음, 레드박스 펴냄)는 이런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 즉 기담 수집가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가 수집하는 이야기는 '기묘하고 신기한 이야기, 도무지 이 세상 일이 아닌 것 같은, 피까지 얼어붙을 듯한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이야기,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엉뚱한 이야기'였으니, 신문에 기담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고 기다린다.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말 기묘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들고 기담 수집가를 찾아오고, 그런 이야기 7편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의뢰인들은 광고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대가를 받기 위해 온 사람도 있고, 대가는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믿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온 사람도 있다. 의뢰인들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는 이야기에는 모두 나름대로 기묘한 점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적당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기담 수집가의 조수인 히사카의 날카로운 지적과 설명을 들으면 그 이야기들 아래에 숨은 명확한 현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게 기담 의뢰인들의 이야기는 모두 기담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지만 그 덕분으로 이들은 삶의 의미를 깨닫거나 무서운 진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옮긴이는 책 말미 '옮긴이의 말'에서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종교인 신도에서 어부와 상인의 수호자로 믿어지는 존재인 에비스는, 하늘과 땅의 신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행복과도 결부되는 존재라는 백과사전의 설명을 옮겨놓았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의 신을 통해 '아이덴티티가 채 정립되지 않은 카오스'를 구현했다는 옮긴이의 설명은 납득이 간다. 그런 바탕에서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설정의 이야기 6개가 이어져 마지막 야마자키 데루오의 진정한 기담을 완성하는 책의 대단원이 참 그럴듯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만큼 오싹하고 뭉클한 서프라이즈는 아니었지만, 잔잔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읽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