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라는 이름은 자동적으로 '모험'이라는 단어와 연결될 정도로, 어렸을 때 읽었던 이들의 모험기는 스펙타클하고 흥미로웠다. 그때 다이제스트 판으로 읽은 것이라 그 정확한 의미와 문학성은 거의 다 놓쳤겠지만, 뜨거운 여름의 늘어지는 오후 같은 그 분위기만큼은 잘 전달되었던 기억이 난다. 상대적으로 모범생이었던 시드에 비해 톰과 허클베리는 어찌나 개구쟁이였던지, 책을 읽는 나로서도 얘들은 좀 심하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들의 모험을 함께 하면서 거친 자연을 헤쳐 나가고 어두운 동굴을 탐험하고 가출도 감행하고 가족이 없는 외로움과 허전함도 느껴 보았다.
그래서 <톰소여 비행 클럽>(2009,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미래인 펴냄)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을 당연히 집어들게 되었고, 400쪽이 넘는 꽤 두꺼운 양에 오히려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이라는 부제만큼이나 빠른 진행 속도와 짜릿함으로 100% 충족되었다.

이야기는 표지의 세 고등학생, 맨 앞에서 오른손을 내민 '나' 노무라 노부오, 뒤에서 수학 책을 펴들고 있는 앞가르마 남학생 가부라기, 발간 무릎의 예쁘장한 여고생 가루오 기쿠치 이렇게 셋이서 엮어 나간다. 손이 빨라서 소매치기를 잘 하는 나, 전자기기에 해박하고 계획을 잘 세우는 수학, 직감이 좋은 기쿠치의 한 팀은, 공부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 입시 문제지를 빼내서 대학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것도 자신들의 힘이 아니라 한 조직에서 빼낸 문제지를 다시 빼내는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의 실행 과정이 이 책의 전부를 차지한다. 중요한 조연으로는 부자연스럽게 하얀 이를 가진 치사토 할머니와, 기쿠치를 좋아하는 '생선 대가리' 시마다가 있다. 

내가 익히 아는 고등학생의 전형과는 맞지 않게, 이 아이들은 소매치기를 하고 도청을 하고 성관계를 갖고 대마초를 피운다. 가정이 해체되고 학벌이 향후 삶을 좌우하는 그런 사회에서 일탈을 꾀하려는 그들의 청춘 이야기는 나름대로 쿨하지만, 그렇게까지 공감이 가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노파심을 젖혀두고 들어가 보면 하나하나 아이들이 외롭게 다가온다. 프로젝트 안에서 소속감과 사람에 대한 정을 느끼는 아이들은, 앞으로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라 좀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