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가없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외로움은 주변의 상황에 대한 느낌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테두리인가 보다. 그 외로움에 사로잡히는 순간 세상은 한없이 침잠하고 지금껏 빛나던 것들은 그 의미를 잃으며 세상 모든 것에서 소외된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니, 외로움이 사라질 때까지 두문불출하며 견뎌낼 뿐이다. 

그러나 그런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가면서 다른 이의 외로움까지 감싸고자 한 이가 여기 있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2009, 김남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의 김남희 님이 바로 그다. 스스로를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로 소개하는 그는, 지금까지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시리즈 네 권과 <유럽의 걷고 싶은 길>을 써낸 베스트셀러 여행작가이다. 이번 책에서는 여행길의 풍경이나 음식이나 문화가 아니라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화장기, 파마기 없는 모습으로 얼굴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 반겨주는 이 책은 내가 만나는 그의 첫 책이자 참 따뜻한 책이다.
이 책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나온다. '꿈을 찾아 길 위를 걷는 사람들', '외로움은 외로움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는 사람들', '여행을 하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게 만든 사람들'. 인도의 맥그로드 간즈에서 그가 만난 카페 '리'의 잠양과 빼마는 다른 이의 다른 책에서도 만난 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들이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었던 다른 책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그들의 처음과 지금, 앞으로의 모습이 따뜻하게 드러나 있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이렇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마음을 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 외로움과 정성의 깊이가 한없이 거대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들른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그 주민인 아이만과 자히르의 이야기에서 지금껏 당연하고 익숙하게 생각했던, 때로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것의 반대편을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경험을 했고, J와 P에게서는 거침없이 세상을 누비는 코스모폴리탄의 모습을 보았다. 자연인 이문세와, 은코시의 엄마가 이어나가는 에이즈 환자 교육 단체인 은코시 헤이븐과, 몇 년째 자원봉사중인 미국인 할머니와 이스라엘 출신의 간호사 빼마 들이 만들어나가는 세상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 안에 사랑과 믿음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게 하였다. 그런 따뜻함에 대한 감동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세상은 넓고 외로운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이런 외로움을 소모적으로 풀어낼 것이 아니라 주변의 외로운 사람들과 나누어보면 어떨까?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나눠준다면 두 외로움이 만나 마침내 따뜻해질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