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숨을 쉬지 않고 있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더 일어날 것인지 마음 졸이는 한편,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탐정이나 형사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사건의 전모를 알아낼지 기대하는 마음도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운 여름날 그 더위를 잊기 위하여 추리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외부 상황 때문에 마음 졸이기가 싫고 사실 범인을 한 번도 찾아낸 적이 없어서 추리 소설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존 딕슨 카의 이름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들었다. 시리즈로 나오는 것을 보니 추리 소설 작가로 이름난 분인가 보다. 그 시리즈의 첫번째인 <밤에 걷다> (2009, 존 딕슨 카 지음, 로크미디어 펴냄)는 1930년에 쓰여진 작품으로, 작가의 첫 작품이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가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하는데, 이 책은 친절하게도 작가의 이력을 책 뒷표지에 싣고 있다. 존 딕슨 카(1906~1977)는 역사 미스터리 장르의 개척자이자 불가능 범죄의 대가로 설명되는데, 미국에서 태어나 파리와 영국에서 오래 머무른 영향인지 유럽적 요소가 많이 나타난다고 나와 있고, 생전에 80여 편이 넘는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가 겨우 24살에 써낸 <밤에 걷다>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여 프랑스의 귀족을 피해자로, 그들의 문화를 담아 밀실 살인과 같은 얼개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에 만능인 공작이 결혼을 발표한다. 상대 여성은 한때 결혼했던 사람인데, 신혼 초에 남편 로랑에게 살해당할 뻔했다. 그 사건으로 로랑은 투옥되지만 탈출하였고, 지금 이들에게 협박장을 보낸 상태이다. 그래서 이들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결혼식을 마친 후 사람이 많은 클럽에 머물렀는데, 경찰들이 출입문을 지켜보는 가운데 신랑은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파리를 관할하는 법원의 고문이자 경시청 총감인 앙리 발코랭과, 발코랭의 친구의 아들이자 발코랭에게서 사건 해결을 배우려고 참여한 나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사를 벌인다. 

세 남자와 두 여자가 얽힌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20대 작가의 첫 작품으로 보기에 구성이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에 쓰인 이야기들은 더 완성도를 높이면서 역사 미스터리, 불가능 범죄의 장을 펼쳐 나갔을 거라고 기대된다. 그의 이름은 이번 책으로 처음 들었지만, 앞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