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돌이켜 보면 거의 언제나 한 방송국 정도는 역사 자체를 다룬 사극이나 고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을 방송했던 듯하다. 멀리는 <조선왕조 오백년>이 있었고, <황진이>, <장희빈> 등 각각의 인물을 다룬 극들은 리메이크까지 되어 가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고구려와 고려까지 다양하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태왕사신기>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퓨전 사극이었던 것처럼 사극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는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는 호불호가 분명하고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고려했기 때문인데, 그렇게 하다 보니 비주얼한 면을 고려하거나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또는 전문가의 감수를 덜 받은 관계로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들을 드러내는 단점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현재에 가까운 조선의 역사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방대한 관제 역사서와 아직 남아 있는 저서들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극과 팩션의 인기만큼이나 비뚤어진 역사 해석 때문에 왜곡도 많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책이 <조선사 클리닉> (2008, 김종성 지음, 추수밭 펴냄)이다. 성균관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저자는 한 월간지에서 동북아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했고, 지금은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 활동 중이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사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학문을 배경으로 저자는 정치, 외교, 풍속, 문화, 임금, 왕실, 인물, 사건이라는 항목 하에 총 50개의 오류를 들고 있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에는 평안 감사가 그만큼 좋은 자리임이 기본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왜 평안 감사가 그렇게 좋은 자리가 되었을까? <속대전> 권2 호전 수세조의 규정에 따라 18세기 초반까지 평안도에서 걷은 세금은 중앙정부에 보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평양의 관리들은 비자금을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통해 평안도의 세금을 중앙정부에 보낼 필요가 없는 대내외적 사정을 네 가지 꼽으면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돈과 아름다운 기생들이 넘쳐나는 곳이라면 그야말로 좋은 자리였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처럼 조선왕조실록과 여러 사료들을 비교 분석하면서 50가지 근거들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다. 명과 청 등 중국의 나라들에 사대하고 조공을 바치면서 스스로의 자주권을 포기했다는 기존의 통념에 반대하여, 조선은 자주국이었고 조공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무역이었음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오류 처방 편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나도 아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지금까지 많은 부분을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군데군데 말이 중복되면서 중언부언하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웠으나 흥미로운 내용들 덕분에 그렇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왜곡되고 그 식민사학은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보다 사실적이면서 긍정적이고 올바른 역사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아서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바로 앎으로써 당당해지는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