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오, 탈자를 잡아내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서 일하고 있다.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 등 법칙과 규정을 아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런 법칙들 대신 책을 통해서 재미있게 배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천하무적 말벗 사전> (2012, 좋은생각 편집부 엮음, 좋은생각 펴냄)을 택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원래의 목적인 말에 대한 지식보다는 상식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와 놀면 지식이 쌓인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천하무적 말벗 사전>은 말의 뿌리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1장 우리말에 이어 2장 외래어와 외국어의 뿌리를 캐어 들어간다. 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을씨년스럽다'는 일제가 우리나라 국권을 강탈하는 을사늑약을 강제했던 을사년(1905년)에서 유래된 말이며,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이를 이르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말은 조선 시대 중종반정을 일으키기 위해 역모를 모의하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신혼여행을 영어로 '허니문'이라고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 세 가지가 소개되었고, 제왕 절개는 로마제국의 줄리어스 시저와 관계가 없음을 밝힌다.

3장에서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쓰는 말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4장은 고사성어를 수록하였다. 5장은 주로 명사에 해당하는 우리말들이 소개되며, 6장은 잘못 쓰고 있는 말을 바로잡아 준다. 우리말은 한자어의 비중이 꽤 높고, 일제 강점기를 통해 일본어와 일본식 표현이 이식되었으며, 독립한 이후로는 외래어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기 때문에 변화가 꽤 많다.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변화에 따라 표준어도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사이 맞춤법 규정이 여러 번 바뀌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말에 대한 것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서 올바르게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7장은 여러 증후군, 효과, 법칙, 약어 등 달라지는 세태를 반영하는 외래어들이 주로 소개되었고, 8장은 유명인들의 어록을 수록하고 있으며, 마지막 9장은 언어와 관련한 상식을 실었다. 대충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개념을 제대로 배우는 기회였다.

 

이 책은 판형이 자그마하지만 각 꼭지마다 분량을 짧게 함으로써 아주 많은 상식을 실었다. 우리말에만 한정하지 않고 말과 관련된 상식들을 포함했기 때문에 상식 사전으로 효용이 있겠다.

그러나 제목이 '말벗 사전'인 만큼 일반적인 책들보다는 우리말의 표기에 신경을 더 썼어야 할 텐데, 오, 탈자가 꽤 많았고 띄어쓰기 오류도 간간이 보여서 아쉬웠다. 보통의 독자들은 책에서 자신도 모르게 맞춤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 점만 고쳐진다면 이 책은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층위의 말에 대한 상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