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사랑니를 뽑기 위해 치과에 갔었는데, 그때 진료를 해 주신 의사 선생님이 나더러 턱이 잘 빠진다고 말씀하셨다. TV에서 가끔 턱이 빠지는 사람을 보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아래턱이 처져서 손으로 끼워 맞추는 모습을 보았던 터라, 그런 증상이 턱이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의사 선생님은 입을 벌렸다 다물 때 턱 관절이 부드럽지 않고 덜그덕거리는 것도 턱이 빠지는 것이라고 하면서, 쌈을 먹는다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할 때처럼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자제하라고 하셨다. 이를 뺀 후에는 그 주의사항을 금세 잊어버리고 조심 없이 살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건강한 사람은 그럴 턱이 있습니다> (2012, 문형주 지음, 들녘 펴냄)의 저자 문형주 박사님은 서울대 치과대학 치의학과 출신으로, 치과 병원을 열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15년 전부터 턱관절에 관심을 가졌고, 7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턱관절 연구에 매진하였단다. 그 결과로 SCI급 저널에 2편의 논문을 등재했고, 일반인들도 턱관절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이 책을 펴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턱은 12개의 뇌신경 중 9개가 지나가고, 뇌를 받치는 1번과 2번 목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근막들이 턱 근처에 모여 턱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몸 전체의 건강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의학적인 사실에 대해 1장에서 설명함으로써 턱의 중요성을 일깨운 다음, 2장에서는 턱관절 장애로 인해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사례와 치료 효과를 설명함으로써 구체적인 인식이 가능하도록 한다.

3장부터는 이제 실전이다. 자신이 턱관절 장애인지 진단하는 방법이 2단계로 나와 있는데, 웬만하면 턱관절 장애에 해당될 만큼 체크 항목이 전신의 다양한 증상을 포괄한다. 턱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하는 과정이다. 다행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일상에서 이를 악물지 말 것, 깨물거나 빨지 말 것, 이를 갈지 말 것,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지 말 것, 코로 숨 쉴 것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해서 턱관절을 보호하라고 설명한다.

4장은 저자가 턱관절 연구를 택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이 이야기는 <스파이더 맨>과 <존 큐>라는 영화를, 보완대체의학 전반을 포함하면서 진지하게 넓어진다. 위에서 이야기한 SCI급 저널에 등재된 논문의 내용을 설명한 다음, 저자가 실시하고 있는 턱관절 치료법 6단계도 소개한다.

마지막 5장은 다시 한 번 턱관절의 중요성과 턱관절 장애 치료의 필요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턱 관리 운동에 대해 할애한다.

 

턱이 잘 빠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살아가는 데 별 무리가 없기 때문에 지금껏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는데, 책을 꼼꼼히 읽다 보니 갑자기 경각심이 들었다.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귀울림이 심한 것, 어깨가 많이 굳은 것, 충치 때문에 오랫동안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은 것 등이 마음에 걸렸다. 여러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턱관절 장애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지는 못하겠지만, 문제가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일단 마음이 놓인다. 잘 때 이를 많이 가는 조카들을 위해 동생에게도 일독을 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