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야생 동물 사냥과 식물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귀나 턱이나 코를 뚫어 장식을 달고, 험난한 성인식을 치르는 부족들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현대 문명에 발을 맞추기보다는 전통을 더 중시하는 부족 사회로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내가 가진 이런 정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첨예한 정치적, 인종적 분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2012, 윤상욱 지음, 시공사 펴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출처 : http://www.ilikelearn.com)

 

위의 아프리카 지도에서 보듯 아프리카에는 참 많은 나라들이 있다. 그중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2010 월드컵 개최로 기억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자연 경관이 뛰어나 국립공원과 사파리 투어로 유명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독재, 기아, 난민, 내전, 착취 같은 단어들과 엮인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의 저자는 1998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외교와 관련된 여러 단체와 협상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세네갈 주재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서양사와 공공정책학을 전공한 학문적 배경과 함께 UNCTAD, WHO, WTO 등의 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어우러져 저자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의 실상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왜곡된 정체성', '빈곤과 저개발', '독재와 폭력', '심성과 편견', '아프리카의 봄'이라는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1장 '왜곡된 정체성'에서는 아프리카가 열등하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경위를 살펴보았다. 기독교의 성경 구절에 근거하여 아프리카의 주류를 이루는 흑인을 노예로 사고파는 것이 정당화되었고, 아직도 그런 인종 차별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2장 '빈곤과 저개발'에서는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진 아프리카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 부패한 정부, 좀도둑과 장물아비, 식민지 본국의 착취 등을 꼽았다. 제국주의 시대 때 유럽 국가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원 수탈이 이루어졌고,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함으로써 정치가 불안해졌다.

이 문제는 3장 '독재와 폭력'에서 더 심도 있게 다루어진다. 10년 넘게 정권을 잡고 있는 독재자들은 나라의 부를 빼돌리고, 권력을 뺏길까 두려워 공포정치를 일삼는다. 기존의 부족 영역을 무시하고 선진국들이 그어 놓은 국경선 때문에, 식민지 시대 때의 특혜 때문에, 부족 간의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하는 싸움이 계속되는 것이다.

4장 '심성과 편견'에서는 토착 신앙과 에이즈, 할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아프리카를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에게 가진 편견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마지막 '아프리카의 봄'은 근래에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절대 빈곤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정치 의식이 생겨서 재스민혁명 같은 민주주의를 이루어 낸 것,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물 부족 때문에 농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 등 아프리카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칠 항목들을 알아보았다.

 

아프리카는 종교도, 부족도 워낙 다양해서 하나로 뭉뚱그려 정의할 수 없는 대륙이다. 그런 아프리카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배제하고 서술한 이 책은 그간 우리가 아프리카를 얼마나 잘못 알아 왔는지를 깨닫게 한다. 그간의 역사와 사회를 보지 않고 원조의 효율성을 거론했으며, 현재에 드러난 현상만을 비판했다는 점을 말이다. 이 책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면에서 첩첩이 쌓인 아프리카의 문제를 과연 풀어 낼 수는 있을지 막막할 따름이지만,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 설리프 같은 지도자를 선두로 하여 더 자주적이고 더 민주적으로 아프리카가 세워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말이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는 지금껏 잘못 알려진 아프리카의 진짜 얼굴을 여러 방면에서 잘 설명하고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