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내가 다니는 회사는 연월차를 쓰기가 참 어렵다. 결혼 휴가가 1주일인데 거기에 이틀인가 더해서 신혼여행을 멀리 다녀온 사람에게 페널티가 많이 주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여름 휴가도 공장, 영업 부문과 맞추어 최 성수기에 딱 정해진 날들로 주어지기 때문에, 할인 혜택은 기대할 수도 없는 판이다. 게다가 영어도 안 되고 바디 랭귀지를 사용할 자신도 없을 뿐더러 아직은 여행 비용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짧은 국내 여행으로 끝내고는 한다.

그래서 일년에 딱 한 번인 여름 휴가기간 동안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 여행 베스트 15> (2008, 조은정 지음, 삼성출판사 펴냄)을 읽으면서 마음만으로라도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저자인 조은정 씨는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 여행>이라는 전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 책이 이론이었다면 <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 여행 베스트 15>는 실전이라고 띠지에서부터 차별화를 시도한다. 수많은 장기 여행가들의 책에 부러움만 나타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을 위해, 스스로가 직장인이자 여행 작가인 저자는 휴가를 안 내거나 길게는 이틀까지만 휴가를 내고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초반에는 마음 먹기마저 두려운 초보들을 위하여 세계여행을 위한 준비물들과 과정을 소개한다. 한 해가 시작되면 달력을 펼쳐두고 휴일부터 찾는다는 그. 적당한 휴일을 고르고 일정을 짜고 여행의 목적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면 된다는 그의 설명은, 한없이 어렵게만 보이는 여행 준비마저도 설레는 기간이 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실전 편으로 그가 소개하는 여행은 휴양 여행 (하이난 3박 4일, 코타키나발루 3박 5일, 푸껫 3박 5일, 세부 3박 4일, 클럽메드 vs PIC 4박 5일), 쇼핑 여행 (방콕 3박 5일, 홍콩 2박 3일), 도시 여행 (베이징 2박 3일, 상하이 2박 3일), 가족 여행 (싱가포르 4박 5일, 오사카 3박 4일), 온천 여행 (유후인 2박 3일, 구로카와 1박 2일, 타이베이 2박 3일), 유적 여행 (앙코르 3박 5일)이다. 책 제목에 맞게 1박 2일부터 4박 5일까지 그리 길지 않은 스케줄이다 보니 여행지는 아시아에 국한되어 있다. 3박 5일인 경우 일 끝나는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것이고, 화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것이니 월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되겠고, 4박 5일 같은 경우는 명절 연휴를 이용하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겠다.

저자는 이런 여행 코스마다 그 곳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추천하는 대상을 적어두고 있다. 그런 다음 추천 코스의 일정을 소개하고 그곳의 베스트를 세 가지 정도 꼽는다. 옆에는 여행지의 간략한 지도와 함께 그 일정에 등장하는 공항, 숙소, 가게 등의 위치를 우리말과 영어로 적어 두었다. 그리고 일자별 스케줄과 포인트 소개가 이어지고, '여유 시간이 있거나 다른 곳을 가고 싶다면'에서는 또다른 코스도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여행 팁으로 여행지의 언어와 기후, 화폐와 시차 등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이 죽 나열되어 있고, 공항과 대중교통, 숙소, 먹을 거리, 쇼핑 아이템, 소소한 팁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꼭 들러서 정보를 얻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