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은 어려운 것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 유용한 기법이다. 만화로 공부하는 것의 효과가 높은 것이 바로 이런 스토리텔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상관없는 숫자들보다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 차 번호 등 우리와 관련된 숫자들의 기억이 더 오래 가는 것처럼, 전후좌우의 사정을 알게 되거나 이야기를 꾸밀 수 있을 때 그 기억이 오래 확실하게 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과 정말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문은 과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깨뜨리게 된 것이 바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 (2008, 꿈프로젝트 지음, 삼양미디어 펴냄)이었다. 과학을 화학, 생물, 지구과학, 물리로 나누어서 공부하면서, 각 과목에서 중요한 이론을 학자와 그의 이름을 딴 법칙으로 연결하여 암기했다. 그러다 보면 객관식 문제로 나와도 이 법칙이 보일의 법칙이었던가 라부아지에의 법칙이었던가 헷갈려서 찍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런 법칙들 뿐만 아니라 법칙을 이끌어낸 학자들의 삶, 당시의 시대 상황 등을 시대순으로 열거하여 설명함으로써 보다 종합적인 인식과 기억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책은 다섯 장, 즉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한 고대~중세의 과학자, 위대한 이론을 발견한 17~18세기의 과학자, 미지의 원리를 파헤친 19세기 전반의 과학자, 과거의 성과에 실용성을 더한 19세기 후반의 과학자, 현대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20세기의 과학자로 나뉘어 각 과학자들을 설명한다.

300쪽 정도에 50인을 설명하다 보니 한 사람당 5쪽 이상이 되지 않는다. 일생과 학문을 설명하기에는 적은 양이어서 깊이 있는 설명은 되지 않지만, 그 이론을 발견하게 된 배경과 더불어 그 이론의 의의를 가볍게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사진이나 그림, 도해 등이 많이 들어 있어서 딱딱하게 느껴질 과학의 부담을 덜어 준다.

천동설을 뒤엎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진화론의 다윈 등 토머스 쿤이 도입한 개념인 '패러다임'을 바꾼 과학자들도 있고, 당시의 기술로는 알아내지 못했던 것의 존재를 예견한 이도, 그런 존재를 밝혀낸 이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이도 있다. 이들에게서는 부와 같은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학문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연구를 수행했던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뚜렷하게 느껴져서 요즘의 현실과 많이 비교되었다.

과학은 이론으로 공부할 때에는 많이 어려운 과목일 수 있다. 그러나 고대부터 현대까지 과학에 큰 영향을 미친 과학자 50인의 삶을 알고 나면 좀더 가까이 대할 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지만, 오랜만에 접하는 이름들이 반가웠고 중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도 읽기를 권하려고 한다.